갈증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2월 10일 계룡산 갑사 계곡에서

한동안 겨울 가뭄이 아주 심했습니다.
나무들이 얼마나 목말랐을까요.
적지만 어제 비가 내렸습니다.
갑사에서 연천봉으로 오르는 산길의 계룡산 계곡에
아래쪽으로 걸음을 재촉하던 물이
가끔 계곡의 폭이 넓어지는 곳에 이르면
속도를 늦추고 한참 동안 고여있다 가곤했습니다.
그러면 주변의 나무들이 일제히 그 수면 위로 그림자를 뻗었습니다.
나무가 그림자를 뻗어 갈증난 목을 축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비가 좀 충분히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2월 10일 계룡산 갑사 계곡에서

8 thoughts on “갈증

  1. 모두가 낯선 언어들 동학사와 계룡사….
    어떻게 생긴 곳인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오늘 물속에 비친 저 나무의 그림자가 어찌나 혼동을 몰고
    오는지 밑에 사진은 바위 너머에 하늘이 있어서 그 위에
    나무들이 있는 줄 알았지요…

    갑자기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이 생각납니다…..

    1. 저도 17년만에 계룡산을 찾은 것이었는데
      거의 옛기억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사람들이 그다지 많이 찾는 것 같지는 않아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은 하도 사람들이 다녀서
      등산로가 아예 단단하게 다져져 있는데
      여긴 낙엽이 폭신폭신 하더라구요.
      서울 근처의 산은 토요일엔 거의 줄을 서서 올라가야 하는데
      그런 번잡함이 없어서 아주 좋았어요.

  2. 물에 비치는 형상을 그려서 독일미대에 포트폴리오로 보냈더니 교수가 뭘 의미하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나름 그린의도를 얘기햇는데…제 독어가 짧아서 그래서인지 그림이 신통치않아서 그런건지…뚱한 반응을 보였습지요…머 그 학교에 붙긴했지만…

    1. 맞어, 한동안 독일에 유학가 계셨더랬죠.

      물에 비친 나무는 느낌이 상당히 다른 것 같아요. 오규원 시중에 “높이로 서 있던 나무가/어느새 물속에 와서 깊이로 다시 서 있다”는 구절이 있는데, 난 그 구절 때문인지 나무가 물에 비치면 ‘높이’만 갖던 나무가 ‘깊이’을 얻으려 물로 내려온 착각마저 들곤 해요.
      이런 계곡에선 그 느낌이 또 다를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제가 떨군 나뭇잎들이 물속에 여전히 잠겨있으니까요. 땅속으로 돌아가는 나뭇잎에게 물에 비칠 때마다 아쉬운 듯 손 흔드는 것 같기도 하고…

  3. 가을 빛이 다하지 않았음을… 이제 곧 봄이 오려는 기운을…
    저 한 장의 겨울 사진이 말하고 있는 듯한 아주 멋진 사진이다~

    1. 고마워.
      계곡이 아주 좋더라.
      가까우니 언제든 자주 갈 수 있겠더라.

      유성까지 가서 버스타고 동학사로 올라가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아.
      다음에 또 가보자.

  4. 우와~~~물에 비친 그림자가 이렇게 아름다울수도 있군요!
    넘 멋지네요.
    저도 동학사에 딱한번 가봤는데 가을이었죠.
    그때 홀딱 반해서 다시 와야지 다짐했었는데 그후로 못가봤어요.
    올 가을엔 꼭 다시 찾고싶은곳이에요.^^

    1. 에전에 갔을 때는 갑사가 더 오래된 절처럼 보였고,
      동학사는 새로 지은 것들이 많아서 반짜반짝 했는데
      이번에 가니까 그 반대였어요.
      옛기억과 맞추어 보려고 해도 어찌나 많이 변했는지 예전에 왔던데가 맞나 싶더라구요.
      산의 폭포랑, 고개는 기억나더군요.
      심지어 등산로도 새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았어요.
      그래도 좋았어요.
      갑사 계곡보다는 동학사 계곡이 더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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