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나무가 뿌리를 대지 깊숙히 묻어두지 않고
땅밖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얼기설기 얽힌 모습이
땅밖으로 툭 불거져 있는 거지요.
뿌리를 땅속으로 묻어두었을 때면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리는
그냥 뿌리가 깊겠거니 생각하면서
나무에서 항상 든든한 안정감을 보곤 합니다.
나무가 굵을수록 안정감도 더 커보입니다.
그러나 뿌리를 완연하게 드러낸 나무를 만나면
나무가 대지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기보다
마치 나무가 대지를 부여잡고 있는 느낌입니다.
대지를 부여잡고 있는 나무에선
나무의 안간힘이 보입니다.
살아가면서 우리도 그렇습니다.
우리도 가끔 안간힘으로 삶을 부여잡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대지를 부여잡고 사는 삶은 힘겹습니다.
나무도 그럴 것 같습니다.
나무라고 하여 산다는 게 그렇게 호락호락할 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처럼 안간힘으로 대지를 부여잡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겠지요.
그런데도 대부분의 나무들이 뿌리를 땅속으로 깊이 묻어
그 안간힘은 거의 세상 밖으로 드러내는 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안간힘을 계속 속에 쌓아두면
삶이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가끔 ‘아, 힘겹다’하고 한마디 흘리고
누군가에게 위로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가 가끔 ‘아, 힘겹다’하고 한마디 흘릴 때가 있듯이
나무도 간혹 ‘산다는게 참 힘겹다’고 한마디 흘리는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엔 그런 나무 앞을 지날 땐
‘너도 많이 힘들구나. 나도 많이 힘들더라. 산다는 게 다 그런 거 같아’라고
한마디 건네려 합니다.
함께 힘들면 세상이 좀 견딜만 할 것 같습니다.
6 thoughts on “나무도 사는 게 힘겹다”
힘들다고 하는 사람들 이제 정말 그냥 흘려듣지 못하겠어요.
살기 싫다고 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뿌리를 드러낸 나무를 보니 안쓰러워서 흙을 퍼다 덮어주고싶네요.
참 저 나무를 보니까 떠오른게 나무의 회상록에 나오던 주목(朱木)이야기.
끝까지 못 읽고 반납해야했는데 다시 빌려다 봐야겠어요.^^
가끔 저런 나무들이 있더라구요.
갑사 앞에서도 한그루 봤는데
렌즈 갈아 끼우기 귀찮아서 그냥 지나쳤어요.
이 귀차니즘.
오~~걸어올거같애요~~우와~!!
그건 더 기발하네요.
그렇다면 한자리에 내내 서 있는게 지겨워서 걷고 싶어서?
나무도 걷고 싶다! 뿌리를 뽑아들고.
나무의 저런 모습을 보면 힘이 불끈불끈 솟지 않우?
나무만 봐도… 참 세상이란 보이는게 전부가 아니야…
오히려 진실이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것 같어.
사람들이 대개 겉은 꾸미고 위장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