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이름을 부르다 – 길동 생태공원에서

가까운 곳에 생태공원이 하나 있다.
바로 길동 생태공원이다.
걸어가도 20분이면 갈 정도로 지척에 있다.
엎어지면 코가 닿을까 한번 엎어져 보았더니 무릎에 걸쳤다.
평일에 찾아가면 한적하기 이를데 없으며,
꽃들의 상당수가 명찰을 달고 있어 그 이름을 부를 수 있다.
이름을 부르면 갑자기 그들과 얘기를 나누는 느낌이 든다.
지난해 10월 25일의 오후에 나는 그곳에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개망초(국화과).
영어로는 Egg Flower, 그러니까 달걀꽃이라고 부른다.
달걀 프라이처럼 생겨서 얻은 이름이라고 한다.
원산지는 북아메리카.
먼길 건너온 꽃이다.

Photo by Kim Dong Won

작살나무(마편초과).
열매는 무지 예쁜데
어찌하여 무지막지한 이름을 얻었는지 연유를 모르겠다.

Photo by Kim Dong Won

엇, 나는 왜 찍는 거야. 꽃도 아닌데.
–너도 꽃이야.
날아다닐 때는 잠자리, 앉아있으면 잠자리꽃.
네 속의 꽃이 종종 너를 데리고 어딘가로 내려앉도록 하곤 하지.
잠자리가 내 얘기에 머리를 갸웃갸웃 거렸다.

Photo by Kim Dong Won

구름버섯(구멍장이과).
오랜 옛날 구름이 나무에 내려앉아 둥지를 틀었나 보다.

Photo by Kim Dong Won

서양등골나물(국화과).
꽃목도리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Photo by Kim Dong Won

코스모스.
명찰없이도 내가 그 이름을 아는 꽃.
어제 싸웠나 보다.
같은 줄기를 나누고 있으면서 저렇게 토라져 있는 것을 보니.
그만 화해해.

Photo by Kim Dong Won

조.
좁쌀 영감의 어원이 되는
작고 노란 좁쌀이 여기서 나온다.
그걸 누가 모르나.
그러나 도시의 아이들 앞에선
모두가 아는 사실을 먼나라 얘기인 듯 신기하게 들려줄 수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꽃이 되고 싶었던 낙엽.
초록 이파리의 한가운데 노릇노릇 햇볕에 익힌 몸을 눕히면
낙엽의 아름다움도 꽃에 못지 않다.

Photo by Kim Dong Won

돌피(벼과).
벼들의 한가운데 피어 항상 천대받는 바로 그 피.
피는 벼들의 위로 분명하게 고개를 내밀기 때문에
금방 눈에 띈다.
벼 속으로 제 몸을 숨겨야 살 수 있을텐데
피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냥 키를 쑥쑥 키우고는 쑥 뽑혀서 인생을 마감한다.

Photo by Kim Dong Won

벼.
벼는 이름이 계속 바뀐다.
처음 논에서 고개를 내밀었을 때는 모,
그 다음엔 벼,
그리고 우리의 입으로 들어올 때는 쌀.
아호, 자, 호 등으로 별칭을 두었던 우리네 선조의 습관은
벼로부터 얻은 것은 아니었을까.

Photo by Kim Dong Won

부들(부들과).
혹시 영어명은 핫도그 아닐까.

Photo by Kim Dong Won

수크렁(벼과).
나는 어릴 때 이 풀을 아주 싫어했다.
한번 스치고 지나가면 바지에 온통 달아붙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보니 매우 반가웠다.

Photo by Kim Dong Won

구절초(국화과).

Photo by Kim Dong Won

미국쑥부쟁이(국화과).

Photo by Kim Dong Won

쑥부쟁이(국화과).
사실 국화란 꽃은 없다고 들었다.
그냥 가을에 피는 꽃들의 통칭이 국화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국화라고 알고 있는 꽃들은
모두가 제각각 고유의 이름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꽃들을 모두 국화라고 불러도 상관이 없을 듯하다.
꽃들의 눈에도 우리는 그냥 그 이름에 관계없이
모두 사람들 일테니까.

Photo by Kim Dong Won

구름이 지는 해와 어울려 하늘에
커다란 꽃을 하나 피웠다.

Photo by Kim Dong Won

은행나무(대출및예금과).
초록 이파리가 노란꽃으로 바뀌는 신기한 나무.

9 thoughts on “꽃들의 이름을 부르다 – 길동 생태공원에서

  1. 오마이뉴스에서 청계천 따라 와봅니다.

    사진에 촛점을 맞추고
    순간 잠자리를 잡으려 하기도 했으며
    허리를 낮추어 고개 들고 꽃으로 표현된 하늘도 올려다 봅니다.
    저 은행나무길..
    두개의 색으로 나뉘어진 길 중앙… 파란선 따라 걸어보고 싶어지네요…

    1.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진의 길은 길동 생태공원 바로 옆쪽의 길입니다.
      은행잎이 떨어져서 길이 노랗게 덮이면 아주 예쁩니다.
      이 길로 쭉가면 한영고등학교가 나옵니다.

    2. 저의 댓글을 찾느라 눈이 다 아프네요..
      답글이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이제라도 이곳을 알게 되어 너무 좋답니다. 감사합니다.

  2. 핑백: Ugandajo World
  3. 사진밑에 글들이 하나같이 미소짓게 만드는군요.^^
    어릴때 놀던 산밑 들판에 구절초가 참 많았어요.
    전 들국화라 부르면서 그 꽃을 따곤했는데 향기도 참 강했던게
    생각나네요.^^

    1. 근데 사진을 찍다 보니 우리나라는 일년내내 꽃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가을꽃은 역시 국화인 듯 싶어요.
      국화를 보면 저절로 가을 분위기가 나요.
      그건 코스모스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한강 건너편에 코스모스밭을 가꾸어 놓았던데 한번 가봐야 겠네요.
      지나가다 몇번 보았는데 지금쯤 아주 물결을 이루고 있을 것 같아요.

    2. 가을소리님이 댓글을 달아주지 않으면 블로그 운영도 어려울 것 같은데 그 정도는 당연히 되죠.
      다른 것들도 필요한 사진은 가져다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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