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녀는 남는 밥이 생기면
자꾸만 후라이팬에 엷게 편 뒤, 노릇노릇 눌려서 누룽지를 만든다.
그러곤 그 누룽지에 물을 넣고 끓여서 밥상 위에 내놓곤 한다.
그건 숭늉도 아니고, 그렇다고 죽도 아니다.
숭늉은 아무래도 물에 가깝다.
다만 누른 밥의 구수함이 물에 녹아있어 물과는 다르다.
죽도 물이 흥건한 편이지만
그러나 죽의 주빈은 역시 밥이다.
그렇긴 하지만 물이 밥의 자태를 많이 흐트러놓은 것이 죽이다.
죽의 강점은 역시 목을 넘어갈 때의 그 부드러움이다.
그건 물의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녀가 내놓는 누룽지를 끓인 요상한 것은
그러나 숭늉도 아니고 죽도 아니다.
그 누룽지 끓인 것은 숭늉의 구수함과 죽의 흐느적대는 부드러움을 동시에 갖고 있다.
빵은 이렇게 구우나 저렇게 구으나 빵인 것 같은데
밥은 어느 정도 익어서 나오는가에 따라 참 많이 다른 것 같다.
설익은 밥, 떡밥, 고두밥, 된밥, 진밥, 누른 밥이 다 맛이 다르다.
밥은 예전엔 열을 가장 많이 받는 바닥에
노릇하게 익은 누룽지를 남기고는
저는 하얗게 분나는 얼굴로 밥상에 낼름 올라앉았었다.
알고 보면 그 누룽지가 올라오는 열을 온몸으로 막아내서
밥이 그렇게 맛있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면 고생은 누룽지가 다하고 마지막 영화는 밥이 누리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누룽지엔 밥에 없는 구수함이 있다.
고생만하고 아무 것도 얻는 것이 없는 것 같지만
알고보면 누룽지엔 그 구수함이 주어진다.
요즘 밥통은 누룽지가 생기지 않는다.
열을 골고루 모두 나누어 받아서 그렇다.
그래서 맛있는 밥만 있고, 구수한 누룽지는 없다.
사람들은 가끔씩 그 누룽지를 그리워한다.
그러고 보면 살아가다 고생스럽고 힘들 땐,
좀더 눌어서 구수함이 밸 누룽지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물론 그러다 밥까지 다 태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지만.
요즘 그녀가 누룽지를 일부러 만들고는 물에 불려서 푹 끊여준다.
삶의 구수함이 목을 부드럽게 넘어가는 것 같다.
8 thoughts on “누룽지”
정말 올해 누룽지 엄청 해먹었다~
쌀 40kg를 뚝딱 해치웠으니까.
누룽지 덕에 아침 국 걱정도 많이 덜었지…^^
누룽지 앞에 놓고 하늘천 따지 가마솥에 누룽지를 한번 읊어볼까나.
저도 지난 겨울 그 구수한 맛에 중독되어 자주도 만들어 먹었어요.^^
누룽지 만들려고 밥도 엄청 많이씩하고 찬밥이 많네? 하면서 누룽지 만들고.^^
전 끓여먹지 않고 만들면 바삭할때 먹었거든요.
나중엔 이러다 이가 상하는거 아닐까 생각되어서 좀 자제하고 있어요.^^
누룽지 만든다고 손도 많이 데었네요.ㅋㅋ
우리집만 해먹는 줄 알았더니 여기저기서 그렇다니…
저도 누룽지 좋아해요.
학교 앞, 작업실에서 생활할 때 일부러 프라이팬에 밥을 얇게 펴서 만들어 먹곤 했는데…
그립네요!
오늘 해먹어봐야겠어요!!!!
저는 시골서 자라서 누룽지는 가마솥에서만 생기는 줄 알았는데 그렇게 만들 수 있는지는 처음 알았어요.
가마솥에서 솥모양으로 그대로 들어내는 누룽지는 모양부터 예술인데…
저도 오늘 집사람이 전날, 위의 방법으로 만든 누룽지를 운전하면서 와작와작 씹엇네요~
어릴적에는 누룽지 참 많이 먹었었던 기억도 나고~ 검게 탄 부분을 씹을때 입에 퍼지던 쓴맛 하며 그걸 좀 벗겨보겠다고 숫가락으로 긁어내던것 하며~ 딱딱한 알갱이 하나가 잇새에 틀어박여 좀처럼 나오려고 하지 않을때의 난감함 하며~~~ 그런 생각을 하며, 마지막 먹었던 기억도 없이 집나갔던 맛이 다시 돌아온 기분을 느꼈었는데~~ 누룽지 예찬을 보게되니 오늘은 누룽지수가 있었던 날인것 같네요~ ^^
구수한 누룽지 덕에 첨으로 Comm도 달게 되었구여~
가끔 누룽지를 튀겨서 주기도 하는데 그것도 맛있더라구요.
댓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