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당연한 듯 여겨지는 것들도 따지고 들면
그 대답이 막막할 때가 많다.
왜 사랑할 때는 그녀에게 장미를 내미는 것일까.
오래전부터 내려온 습관이겠지만
딱히 장미에 사랑을 담아야할 필연적 이유를 찾아내기는 어렵다.
이렇게 따지고 들었을 때 얻어지는 소득은
사랑이 장미에만 깃들 필요가 없어지므로
그때부터 사랑을 아무 것에나 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제는 부슬비가 내렸다.
사진을 찍으러 나가고 싶었지만
일 때문에 발이 묶여
그냥 마당에서 빗방울에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만족해야 했다.
덕분에 간만에 빗방울 사진을 찍었다.
사랑이 그렇게 아무 것에나 깃들 수 있다면
이 빗방울에 사랑을 녹여 그녀에게 건네줄 수 있을까.
오늘은 비가 내리고 있어요.
당신도 일을 하다 잠시 창문에 시선을 두고
이 비를 바라보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비가 오니 세상 것들이
모두들 슬쩍 제 모습을 바꾸고 있어요.
은행잎은 비행기 날개 놀이에 나섰어요.
작고 앙증맞은 엔진을 4개나 달고
제자리 비행에 신이 났어요.
가늘고 긴 꽃잎의 줄기는
번지 점프대로 바뀌었어요.
뛰어내린 물방울이 그 끝에서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제 마음이 아슬아슬해요.
이건 10남매 놀이예요.
올망졸망 참 많이도 낳았네요.
10남매를 키우려니 허리가 휠 것 같아요.
7남매를 키운 당신의 어머니 생각이 나는 군요.
오늘 하루 난 물방울 나무가 되죠.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길 기다리듯
내 밑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길 기다려보세요.
감의 맛은 달콤하지만
물방울의 맛은 투명하죠.
달콤함으로 가득찬 맛만 찾지 말고
물방물처럼 속이 다 보이는 투명한 맛도 즐겨보세요.
줄타기 놀이예요.
말하자면 인생 놀이죠.
인생이 줄타기라는 말이 있으니까요.
매일 아침, 우유와 신문이 배달되는 봉지를 매달고 있던
비닐로 된 줄이 오늘은 구슬꿰기에 나섰어요.
이게 쉽지가 않아요.
구슬을 들고 꿰는게 아니라
하늘에서 떨어지는 걸
그대로 정확히 맞춰서 꿰어야 하거든요.
오늘 잎은 온갖 보석으로 치장한 목걸이를 둘렀어요.
어떤 보석인지 궁금하시다구요?
가까이서 보여드릴께요.
어때요.
상당히 괜찮아 보이죠.
파라솔 위엔
나뭇잎이 물방울을 안고 자리를 잡았어요.
물방울과 나뭇잎이 가족놀이를 하는 것 같아요.
가족 놀이를 할 때는 역시 바람이 흔들리는 가지 끝보다
어디 안전하게 자리를 잡고
나뭇잎으로 집을 삼아 노는게 최고예요.
비오는 날,
저는 무슨 놀이를 하느냐구요.
그야 저는 당신 생각을 하죠.
빗방울을 매달고 은행잎이 비행기 날개가 되고,
또 빗방울을 매달고 거미줄이 줄타기 놀이를 펼칠 때면
내 시선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빗방울 하나가 있어요.
유독히 그것만 반짝거리며, 내 동공 속을 독차지하죠,
당신도 혹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나는 비오는 날 빗방울 속에서 당신 만나기 놀이를 하고 있는 셈이예요.
4 thoughts on “빗방울로 엮은 사랑 연서 열두번째”
^^ 이렇게 아름다운 연서를 받을수 있는 그녀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겠죠?^^ 즐거운 연휴되시길.^^
근데 쓰고나서 좀 닭살스럽다는 느낌이……
아 주 쪼끔–ㅋㅋㅋㅋ
요즘 고향은 참 좋지?
이번에 내려가면 접산에 한번 가볼까 생각 중이야.
그 산의 꼭대기까지 차가 간다고 하더라. 도로가 났다는 얘기를 들었어. 배추 재배하느라고 도로를 닦았다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