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과 돌멩이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1월 23일 경기도 퇴촌 원당리에서

마을에 작은 연못 하나가 있었습니다.
사실 연못이란 말은 좀 무색합니다.
그렇다고 웅덩이라는 말을 들이밀면 또 좀 섭섭해집니다.
그래서 그냥 연못이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큰길에서 급하게 방향을 꺾어 마을로 들어서면
그때부터 길은 조그많게 몸을 움추리고
사람 둘이 얘기를 하며 한적하게 걸어가기 딱좋은 길이 되어 주었습니다.
사람이 가기엔 좋았지만
차들은 그 길을 아주 불편해 했습니다.
그 작은 길은 구불구불 거리며 마을의 집과 집들 사이를 지나
연못가를 지나갔습니다.
연못은 그 작은 길과 논의 사이에 끼어있었습니다.
그곳이 경기도 퇴촌의 원당리란 곳이어서
전원주택에 많은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여전히 논과 밭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작은 길과 연못의 사이엔
돌멩이 하나가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그 연못처럼 크지도 작지도 않은 돌멩이였죠.
올해 겨울날 한 꼬마가 그 연못가를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연못이 얼마나 얼었을까 궁금했죠.
길가의 돌멩이가 그 궁금증을 부추겨
아이의 손에 냉큼 올라탔죠.
그리고는 연못으로 뛰어내렸습니다.
연못은 아주 단단히 얼어 있었죠.
원래 연못으로 뛰어든 돌멩이가 궁금했던 것은
아이가 궁금해 했던 것과 달리
사실은 연못의 깊이였습니다.
돌멩이는 매년 여름이면 초록 물풀을 가득 피워내는
그 작은 연못의 속과 깊이가 궁금했습니다.
연못은 단단히 얼어있었고,
그 얼음판 위로 이마를 찢은 돌멩이는 처음엔 아주 당황스러웠죠.
연못의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속으로 잠행을 하는 건 어림도 없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곳에서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한나절을 보내고 나자
발목이 얼음 속으로 슬그머니 잠기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날은 무릎까지 빠졌습니다.
내가 지나던 날은 이제 허리쯤 빠진 것으로 보였습니다.
때로 연못의 깊이를 재려면
연못의 한가운데로 자리를 잡고
몇날 며칠을 기다리는 것은 예사이고
찬바람 냉기에 시달리며 몇달을 보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난 가끔 볼일이 있어서 이 동네에 들립니다.
올여름 이 연못을 지나는 일이 있으면
또다시 연못 위를 가득덮은 초록 물풀이 눈길을 끌겠지만
그와 더불어 냉기 싸늘한 얼음판 위로 뛰어들어
이제 연못의 깊이와 그 속을 알아버린
올겨울의 돌멩이 하나도 함께 생각날 것 같습니다.

4 thoughts on “연못과 돌멩이

    1. 다시추웠졌네요~
      잠깐 세탁소갔다왔는데 눈사람되는줄 알았네요..
      눈이 45도로 들이치더라구요~ㅋ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