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매일
저녁이 저물고 있을 겁니다.
날이 맑은 날이라면
저녁의 경계가 좀더 분명하겠지요.
흐린 날이라면 저녁이 언제 가는게 싶게 갈 것 같습니다.
날이 아주 흐리면 한낮에도 창문을 열고 밖을 보게 됩니다.
시계는 한낮의 열두시를 가리키고 있는데
창문에 서린 흐린 어둠은 아무래도 저녁빛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창문을 여는 것은
그 차이를 확인하지 않고는 못배기는 우리들의 의구심 때문일 것입니다.
흐린 날은 그래서 저녁이 언제 가는가 싶게 가버립니다.
보내는 사람이 마음을 준비할 시간도 갖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맑은 날은 그렇지 않습니다.
맑은 날의 저녁은 서쪽 하늘에 붉은 황혼으로 한동안 저녁빛을 수놓으며 하루를 마감합니다.
그런 날은 오랫동안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하루를 배웅할 수 있습니다.
오늘 우연히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이 있는 산의 아랫자락에 잠시 들러
그 저녁을 배웅했습니다.
멀리 하늘이 아주 붉더군요.
저녁은 밀려든 밤의 어둠에 금방 자리를 내주었지만
산자락 아래 자리한 나무와 함께
저무는 저녁을 잠시 배웅했더니
그냥 그것만으로 하루를 온전하게 보낸 느낌이었습니다.
이럴 때 보면 산다는 것의 충만함이 참 별 것 아닌데서 얻어지는 것 같습니다.
때로 삶은 하루가 저무는 자리에서 내일을 기약하며
까치 둥지 두 개를 나뭇가지 사이에 내준 나무와 함께
저녁을 향해 손을 흔드는 짧은 시간에 가장 큰 충만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아, 잊은 게 하나 있군요.
내가 그 저녁을 지켜보는 자리에 그녀도 함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녀가 없었다면
그 자리의 느낌이 쓸쓸하고 추웠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그 자리에 딸도 함께 있었습니다.
오늘의 그 작은 저녁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산자락 아래서 보낸 잠깐의 저녁이 기억에 남는 하루입니다.
7 thoughts on “나무와 저녁”
저도 만나 보고 싶습니다.
4월에 승재씨 부부랑 순일씨 부부랑 해서 우르르 덕소로 쳐들어가겠습니다.
저도 뵙고 싶어요.
언니도 안녕하시지요^^::
해질녘의 저녁픙경이 허전치 않고 멋있어 보이는 것은
따뜻한 가족이 있기 때문이지요.
연락드려야 하는데 연락 못드려 죄송합니다.
꽃피는 사월에 술한잔하기로 해요.
3월말에 일이 마무리될 듯 합니다.
보고 싶사옵나이다.
같은 곳에 있었는데도 참 다른 생각을 하는구나…
딸 얼어죽을까봐^^ 꼭 싸매고 다니느라…ㅋㅋ
근데 지는 저녁은 참 아름답긴 하더라.
난 그냥 한 가족이 같이 한 자리에서 바라보고 있는 저녁이라는게 마냥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