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가 꼭 높이 날아야만 제 맛은 아니다.
그냥 여기저기 앉아있는 갈매기들의 모습을 유심해 살펴보면
그것만으로도 아주 재미나다.
3월 8일 동해에 갔을 때
이곳저곳에서 갈매기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음, 역시 바다 구경은 지붕 위가 최고야.
오늘 바다 물빛 아주 죽여주는데.
물결도 보통 고운게 아니야.
암, 그렇고 말고.
빛 잘들지, 통풍 잘되지, 언제든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지.
세상에 지붕만한 데가 어디있어.
무슨 얘기야.
아무리 갈매기라고 해도 그렇지
바다 구경을 할 때는 지정된 관람석을 이용해야해.
슬쩍 지붕으로 올라가서 바다를 엿보는 건 안좋다구.
근데 이거 지정 관람석 맞아?
저기 뒤에 있는 애만 의자하나 내주고
우리는 왜 의자도 없는 거야?
-야야, 시끄러워.
D석은 원래 그래.
그렇게 억울하면 다음에는 S석을 끊던가.
어험~험.
거참 상당히 시끄럽구만.
나처럼 일인 특별석을 이용해봐.
바닥에 서서 보지 않아도 되고,
나 혼자만 이용할 수 있도록 이렇게 전봇대 의자가 제공되잖아.
요거 기분 상당히 업그레이드 된다니까.
뭐, 지붕? 전봇대?
그런데 앉아서 뭐하는 거야.
바다는 역시 바다 한가운데서 봐야해.
사면에 들리는 이 생생한 바다 소리!
역시 바다 소리도 입체 서라운드로 들으면 뭔가 다르다니까.
근데 관람석이 너무 높지 않냐?
바다의 속깊은 소리를 들으려면 우리처럼
눈높이 관람석을 이용해야해.
한마디로 바다와 눈높이를 맞춘 관람석이지.
아니지, 아니야.
요건 눈도 맞추지만 귀도 맞추니까 귀높이 관람석도 되는 셈이네.
아무리 바다 소리가 좋다고 해도
너무 한데 모여서 바글거리면
바다 소리는 하나도 안들리고
갈매기 소리만 들리더라.
내가 그래서 바다 한가운데의 일인 특별석을 예약했지.
음, 역시 바다 소리를 조용히 감상하려면 이 정도는 되야지.
아주 좋군, 아주 좋아.
바다의 거친 호흡도 그대로 다 들리고,
물결이 발을 끌고 가는 소리도 다 들려.
우이씨, 나도 일인석인데
무슨 관람석이 물이 마구 들어오냐.
어쩐지 좀 싸다 했더니.
다들 웃기고 자빠졌네.
관람석은 무슨 관람석이야.
역시 바다 구경은 그 무대로 직접 뛰어드는게 최고야.
이상한 소리들 하지 말고 다들 빨리 바다로 뛰어들어.
그리고 아예 몸을 바다에 맡겨.
바다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게 아니야.
바다는 몸으로 느끼는 거라구.
4 thoughts on “갈매기의 바다 구경”
2년전에 부두에 붙어 있는 조개를 뜯어서 바다에 던지니 그걸 먹겠다고
잠수하는 갈매기를 본 적이 있는데… 마지막 사진처럼 둥둥 떠다니다가
꽤나 깊이 잠수를 하더군요. 나름 신기했네요.
그리고 얼마전, 런던에서 도서관 옆에 비둘기 한마리가 죽어있었는데
책을 한 권 빌리고 나와보니, 갈매기 한마리가
그 시체를 파먹고 있더군요. 노란 부리가 피로 새빨갛게 변해서…
그 때부터, 갈매기는 비둘기보다 무서운 것이 되어버렸죠.
히치콕의 영화 새가 실제 얘기였나봐요.
그거 영화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어쩐지 저 갈매기들 너무 시끄럽더라…ㅎㅎ
망원의 초점이 잘 안잡혀.
렌즈 수리 받으러 한번 나가야 겠어.
니콘은 안그런데 시그마나 탐론은 말썽이네.
니콘이 하도 비싸서 시그마하고 탐론 한번 사봤는데 영 그렇네.
그렇다고 매번 수동으로 초점을 맞출 수도 없고.
괜히 니콘 렌즈를 팔아버려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