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에서 속초로 올라가다 보면
대포항을 앞두고 바닷가에 차를 세울 수 있습니다.
차를 세우고 바다를 내려다보면
모래가 아니라 자갈이 바닷가를 잔뜩 메우고 있습니다.
저만치 앞쪽으로는 작은 바위섬 하나가 있습니다.
바다가 물결을 일으켜 그 몸을 돌돌돌 말면서
바닷가 자갈쪽으로 굴러옵니다.
굴러와선 그곳까지 돌돌 감아온 몸을
자갈 위에 철퍼덕하고 펼쳐놓습니다.
바다가 펴놓은 좌판은 온통 물이 흥건합니다.
펴놓자 마자 곧바로 바다로 다시 거두어가 버립니다.
물을 뒤집어쓴 자갈은 색이 진해집니다.
그러고보면 바다가 그냥 무료하게 밀려왔다 밀려가는 것같지만
사실은 올 때마다 색을 갖고 와선
바닷물을 뒤집어 쓸 때마다 자갈들에게 나누어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저만치 바다로 나간 작은 바위섬이
사실은 바다 속에 코를 박고 색을 건져올린 뒤
돌돌만 물결 속에 그 색을 고이 감싸선
바닷가의 자갈들 쪽으로 밀어보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만약 그렇다면 저 조그만 바위섬은 그냥 섬이 아니고
바다의 색을 길어올리는 잠수부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인가요.
파도가 자갈에 부서지며 내는 소리가
마치 멀리서 작은 바위섬이 한참을 참았다가 내쉬는 숨소리처럼 들리기도 했습니다.
몸은 저기에 있는데 숨은 바닷가로 길게 내쉬는 이상야릇한 섬입니다.
그래도 바위가 숨을 쉰다고 생각하니
평생 숨을 꾹참고 산다고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가슴이 시원한 듯 했습니다.
대포항 못미쳐 길가의 바닷가에서
작은 바위섬 하나가 저만치 바다로 나가 색을 길어올리고.
그 걸 물결에 실어 바닷가로 가져다 펼쳐놓고는
푸우푸우 숨과 바꾸어가며 그렇게 살고 있었습니다.
6 thoughts on “작은 바위섬과 물결”
그런데 저긴 왜 철조망을 쳐놓은거야…버럭.
철조망이 아니고 난간이야.
다리 난간과 같은.
설악해수욕장 위에서부터 대포항까지는 아예 못들어가게 철조망을 쳐놓은 것 같던데…
내가 저 사진 찍은 곳은
중간에 뚫어놨어.
계단도 마련해 놓고.
난간이라서 난간에 기대서 찍었는데.
제겐…
여러 친구들 앞에서 수영실력을 뽐내는 ‘대장아이’ 같아요.
그것도 아주 재미난 생각이예요.
혹시 밤마다 바닷가의 돌들이 모두 일어나 저곳까지 한바퀴씩 돌고 오는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