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그냥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같아도
사실은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
옹이를 만나면 그 흐름의 방향을 슬쩍 틀어 옆으로 돌아간다.
기둥으로 서서 지붕을 바친 뒤로는
오랜 세월 한자리만 지키고 있는 것 같은데
색이 벗겨진 자리를 들여다 보면
끊임없이 흘러온 나무의 세월이 완연하게 드러난다.
나무는 그 자리에 굳어 있는 것 같아도 끊임없이 흐른다.
죽어 기둥이 된 나무도 그렇거들
살아있는 나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대개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데
나무는 아래쪽에서 위로 흐른다.
하늘로 흐르는 물, 그게 나무이다.
흐름은 더디지만 흐르는 것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거칠 것 없어 보이는 허공에도
길을 막는 것은 있는 것인지
아주 어지럽도록 구불구불 흐른다.
올 한해도 나무는 하늘을 향하여 또 조금 더 흘러갈 것이다.
2 thoughts on “나무는 물처럼 흐른다”
하늘로 흐르는 물… 그게 나무다…
참 표현이 좋다.
죽어있는 가지를 자를 땐 아무 느낌이 없는데
살아있는 가지를 가지치기 할 땐 생명있는 뭔가를 자르는 느낌이더라.
그래도 주가 되는 가지를 살리기 위해 가지치기를 했지만 말이야.
올해 우리집 나무들도 하늘로 흐르면서 커가겠지…^^::
장미 덩쿨 참 희한하기도 하지.
한때는 이제 죽었는가 싶었는데
매년 풍성하게 꽃을 선물하고 있으니…
나무는 가지가 뻗어갈 길을 마련해주는게 중요한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