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봄의 징조는 여러가지겠지요.
가령 우리 집의 경우라면
우리들의 온기를 싹 거두어들여 안방으로 가져가고
겨우내내 비워두지 않을 수 없었던 거실에서
이제 한가롭게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기가 왔다면
그건 봄이 아주 가까이 왔다는 징조입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확실한 봄의 징조를
꽃이나 싹이 아닐까 싶어요.
오늘(3월 15) 오후쯤, 카메라 청소도 할겸
자전거를 타고 한강다리를 건너 테크노마트에 갔습니다.
그리고 그 길에 한강을 돌아보며 봄의 징조들을 찾아보았습니다.
광진교를 건너고
테크노마트쪽으로 조금 내려가다 보니
햇살이 좋은 옹벽 아래쪽에
작은 꽃이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봄에 일찍 피는 꽃은
모두 체구가 작은 것 같습니다.
오늘 만난 꽃 중에 가장 크기가 큰 꽃입니다.
물론 그래봐야 손톱 정도의 크기였습니다.
그래도 색깔은 아주 고왔습니다.
무리지어 피어 있더군요.
오늘은 처음으로 잠실 철교를 넘어보았습니다.
강에서 햇살이 반짝반짝 부서지고 있었습니다.
같은 햇살도 봄햇살은 다른 것 같습니다.
햇살은 오리들이 헤엄칠 때마다
오리가 가는 길을 함께 따라가며
그 주변으로 반짝이는 빛을 뿌려주었습니다.
요건 아무래도 민들레인 것 같습니다.
이제 조기 한가운데서 노란 민들레가 얼굴을 내밀겠지요.
쑥도 곳곳에서 푸른 빛을 자랑하고 있더군요.
역시 생명의 색은 초록입니다.
쑥은 날이갈수록 쑥쑥 자랄게 분명합니다.
이름도 쑥쑥자라서 쑥이 되었다는데 올해도 당연히 이름값을 할 겁니다.
강의 북쪽에서 만났던 작은 꽃이
강의 남쪽에도 마찬가지로 있습니다.
야, 나, 너 알어.
저기 북쪽에서 방금 봤다.
얼굴 좀 안다는게 반가움이 됩니다.
이름까지 알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이름은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박주가리 씨앗이 날아가질 못하고
덤불 속에 모여서 좀더 강한 바람이 불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근데 몇몇 녀석들은 씨앗은 어디로 잃어버리고
하얀 날개만 갖고 있었습니다.
바람타고 날아갔다고 다 잘되는 건 아닙니다.
이 녀석들은 한꺼번에 날아오르다 서로 뒤엉켜 버렸습니다.
인생이란게 그렇습니다.
다 잘되는 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꽃이 얼어죽을까봐 짚으로 이불을 만들어 덮어주었는데
꽃하나가 이불을 들치고 기어나와
기어코 봄냄새를 킁킁 거리다 꽃을 피웠습니다.
어디나 성미급한 녀석이 있게 마련인가 봅니다.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분홍빛이 화사한 것이 아주 햇살을 잘 받았나 봅니다.
하지만 그 옆의 한송이는 너무 일찍 나왔다가
아무래도 지난 추위에 크게 혼이난 눈치입니다.
요건 제가 이름을 찾아냈는데 꽃잔디라고 합니다.
지난 해도 여기서 사진을 찍은 적이 있었습니다.
지면 패랭이꽃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요것도 아주 작은 꽃입니다.
요렇게 작은 꽃들을 찾고 있노라니
봄이 우리 곁으로 다가와 작은 꽃들의 뒤로 슬쩍 몸을 숨기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오늘 숨어있는 봄을 여럿 찾았습니다.
개나리는 몽울이 잡혀있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노란꽃의 기지개를 제법 크게 켜고 있는 녀석도 있었죠.
이제 곧 봄을 노랗게 칠해버릴 것 같습니다.
봄이 오고 있으니 갈대는 갈 때가 되었습니다.
갈대도 아는지 작별 인사삼아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7 thoughts on “한강에서 봄을 찾아보다”
어서 노란 민들레가 꽃을 피웠으면 좋겠어요.
이스트맨님… 그 모습도 보여주실거죠? ^^
덧, 포레스트님은 좋으시겠어요~!!!
저는 민들레를 특히 좋아해요.
민들레란 어감도 좋고, 노랗거나 하얀 꽃의 색깔도 좋고.
나중에 날개달고 날아가는 그 씨앗도 좋고.
민들레, 민들레처럼~
이렇게 나가는 노래도 있잖아요.
주루님은 곧 싱싱한 사랑으로 염장을 지를 수 있는데 무슨 걱정이예요. 그 사랑 많이 기대할께요.
정말 이른 봄에 피는 꽃들은 참 작구나…
이 작은 것들을 찾아내는 당신 눈은 크던데…^^
그래도 내가 찾아낸 가장 예쁜 꽃은 그대지!
글이 참 맛있습니다. 어쩌다 지나가면서 들렀는데… 의인화 시킨 꽃들이 새록새록한 재미를 줍니다.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