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공연

한달 동안 기타 학원에 다니더니
딸아이가 오늘 무대에 올랐다.
어떤 날은 밤 12시 가까워 집에 오기도 하더니
정작 연주를 한 것은 5분 정도였다.
Four Non Blondes의 “What’s up”을 연주하고 노래했다.
초청된 다른 학교의 밴드 이름이 <마데카솔>이라는 얘기를 듣고
자기네들은 그럼 <후시딘>으로 하자는 말이 나왔다고 하더니
오늘 소개된 밴드명은 <아스피린>이었다.
아무래도 둘다 연고로 가는 것보다는 알약이 낫다고 생각했는가 보다.
재미나게 사는 것 같다.
어두워서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가 없었다.
아내가 찍은 비디오 화면에서도 몇컷을 캡쳐했다.

Photo by Kim Dong Won

딸의 키가 작아
기타가 딸의 키만한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Photo by Kim Dong Won

딸은 기타 코드 세 개가 반복되는
무료한 연주라고 했지만
내게는 에릭 클랩튼이나 제프 벡의 연주였다.

Photo by Kim Dong Won

어렸을 때 딸은 가끔 나를 위해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불러주곤 했었다.
아빠는 무슨 노래가 좋아?
그래서 내가 어느 날 아침 이슬이라고 했더니
어딘서가 악보를 구해다 놓고 그 곡을 치며 노래를 불러주었다.
나는 그때 그곡이 우리가 부를 때의 비장함없이
경쾌하고 즐겁게 부를 수도 있는 곡이란 것을 처음 알았다.

Photo by Kim Dong Won

어느 날은 피아노 앞에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끄적거리고 있었다.
뭐하냐고 했더니 작곡 중이라고 했다.
잠시후 작곡한 것을 들려주었다.
딩딩딩딩, 딩딩딩딩.
이렇게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무슨 곡이냐고 물었더니 딸은 “무서운 곡”이라고 대답했다.
곡을 쓸 때 머리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한 것이 분명했다.
피식 웃었다.

Photo by Kim Dong Won

아이들의 환호도 보통이 아니었다.
그 환호 소리에 우리 딸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Photo by Kim Dong Won

나도 기타를 배우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
한달 만에 깨달은 것은
내가 음악적 재능이 전혀 없다는 것 뿐이었다.
딸의 음악적 재능은 어디서 왔는지 짐작이 가질 않는다.

Photo by Kim Dong Won

사실 어릴 때 동요 이외에는 딸아이에게 노래를 가르치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날 또래 아이들과 노래방을 가게 되었는데
딸은 마이크 잡을 기회가 없었다.
그때부터 딸은 일반 가요도 부르기 시작했다.
1년 뒤 다시 그때의 친구들과 노래방을 찾은 딸은 완전히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나는 그때 그 자리에 없었는데
그날 아이 엄마가 매우 놀랐다.

Photo by Kim Dong Won

혼자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주고 받으며 연주하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무대의 맨 오른쪽에 있는 것이 우리 딸이다.

Photo by Kim Dong Won

사실은 보컬을 위한 무대였지만
우리 눈에는 우리 딸밖에 들어오질 않았다.

Photo by Kim Dong Won

우리 딸, 문지야.
엄마, 아빠는 네가 있어 행복하구나.
오늘 너, 정말 멋지더라.
사랑해, 우리 딸!

7 thoughts on “딸의 공연

  1. 핑백: forestory
  2. 하하..
    저도 제 아이만 보이고
    제 아이의 표정을 집중적으로 촬영하였을 것 같아요.
    아이들의 표정과 무대 뒷쪽에서 수고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니
    성공적인 발표회로 보여집니다.

    빅마마 노래를 좋아하는 중3 딸아이에게 시간되면 통키타를 배우라고 했는데 …
    활짝 웃는 문지양의 모습에 울 딸아이를 떠올려 봅니다.. ^^

  3. 우리 애만 보느라고 중간에 무대에서 객석까지 뛰어내려가면서 노래한 친구가 있었다는데 나는 그것도 보이질 않았다.. ㅋㅋ

    벌써 커서 중3이고 얼마 있음 고등학생이라 생각하니 좋은 시절 다 간 느낌이다…

    울 딸 넘 사랑해~~

  4. 우와~~넘 멋져요!^^
    저라도 우리딸밖엔 안보였을거에요.^^
    저도 둘째딸이 초등2학년인데 피아노 학원에 보내고있어요.
    올여름 다니기 싫다며 울기까지 하더군요.
    근데 그게 정말 피아노가 싫어서가 아니라 선생님이 바뀌어
    적응을 못해서 그런것같다는 생각이들어 잘 타이르고 보냈더니
    역시나 제 생각이 맞았어요.
    요며칠은 더 신나게 쳐대고 있거든요.^^
    어젠 갑자기 못듣던 멜로디가 들리는데 좋길래
    “그건 무슨곡이야?”했더니 그냥 자기가 친거라구.^^
    와~~작곡도 잘하는데? 이루마같다~했더니 내가 남자야?
    하더라구요.^^
    그냥 자신이 좋아하는 악기 하나쯤 잘 다뤄서
    이곡 저곡 연주해볼수 있는 정도까지는 가르치고싶어서요.
     
    근데 중학생 특별활동 발표회군요?
    전 고등학생쯤 되는줄 알았어요.
    얼굴에서 풍기는 느낌이 꽤 성숙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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