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선자령에 갔을 때,
하늘은 푸르게 물들어 있었고,
그 푸른 물 속에 흰구름 몇 점이 떠돌고 있었습니다.
그냥 하루 종일 하늘만 쳐다보다 와도 좋은 날이었습니다.
길은 가끔 억새들의 사이로 흘러갔습니다.
바람이 억새를 흔들어 잔물결을 일으키면
그때마다 길은 함께 출렁거렸습니다.
무릎 아래로 찰랑대는 얕은 물속을 걷는 느낌이었습니다.
겨울에 선자령에 갔을 때,
먼 곳은 모두 안개로 하얗게 채워져 있었습니다.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안개의 바다에 뜬,
섬 같았죠.
길은 한사람 다니기에 딱좋은 폭으로
눈을 좌우로 퍼내면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길이 없는 곳도 발자국을 찍으며 몇걸음 가다보면
내 발자국을 고스란히 가슴에 안고
하얀 길이 되어있곤 했습니다.
그렇게 가다가 길을 너무 벗어났다 싶으면
내가 내 발자국을 찍어 만든 내 길로
돌아나올 수 있었습니다.
길을 따라가기도 하고,
또 길을 만들어 길을 벗어났다가 그 길로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가을의 선자령이 다르고,
겨울의 선자령이 다른데,
한번 가본 곳이라는 친숙함 때문인지 전혀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친숙하면서도 새로왔죠.
꽃피는 4월에 다시 또 선자령에 가고 싶습니다.
낯익어도 또 새로울 것 같습니다.
6 thoughts on “가을의 선자령, 겨울의 선자령”
동원님, 매일 업뎃이 되는 걸 보니, 참 부지런도 하셔요.
전 다닌다고 다녔는데, 강원도는 거리상 거의 가보질 못 한 거 같아요.
여기서 선자령 흙길을 살포시 걸어보다가 갑니다.
부지런하다기 보다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마감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스트레스 해소책으로 한두 시간씩 블로그를 하고 있어요.
이건 내 맘대로 쓰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전혀 안받거든요.
저는 강원도가 고향이라서 그쪽으로 유난히 많이 가요.
게다가 제가 사는데가 서울의 동쪽끝이어서 가기도 편해요.
나두 용케도 같은 길의 사진을 찍었네 했지…
그럼 선자령은 4계절 다 가볼 수 있겠네.
봄과 여름에 한번만 더 가면.
같은 길일지도 모르지.
나도 처음엔 같은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보다보니 그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단풍으로 붉게 타고, 눈으로 하얗게 타는 저 길은…
같은 길인가요?
아… 가보고 싶어요~
같은 길은 아닌 것 같아요.
그냥 분위기가 흡사해 보이는 사진을 골랐어요.
서울 주변에도 산은 많은 데
이상하게 강원도 깊숙이 있는 산들이 훨씬 좋은 것 같아요.
올해는 곰배령에도 좀 가보고 싶어요.
그것도 강원도에 있는데 보호구역이라 인제 군청에서 허가를 받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거든요.
이상하게 그곳이 가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