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의 마당에서 가장 많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넝쿨장미이다.
하지만 넝쿨장미는 한뿌리에서 가지만 무성하게 뻗어
공중 정원을 넓게 차리고 있다보니
거의 몸의 대부분을 공중으로 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마당 한켠의 화단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도
차지하고 있는 자리는 그렇게 크지 않다.
그래도 그 화단에서 넝쿨장미를 제외하곤 다른 것들이 별로 눈에 띄질 않는데
매년 넝쿨장미의 곁에서 무성하게 자라는 풀이 하나 있다.
그 풀은 지금까지의 내 기억으로는 꽃은 없고
잎만 무성하게 키운다.
그러다 겨울이 오면 잎을 모두 거두어들인다.
그리고는 넝쿨장미와 은행잎의 낙엽 속으로 꽁꽁 숨어 겨울을 난다.
겨울을 지내는 동안,
넝쿨장미는 그래도 앙상한 나뭇가지라도 남아있어
우리가 종종 그 나뭇가지를 붙들고
봄에 다시 필 화려한 꽃을 꿈꿀 수 있도록 해주지만
한때 초록으로 넘실대던 화단 한켠의 그 풀은
낙엽을 겨울 이불처럼 두껍게 뒤집어 쓰고 그 존재를 감춘 채
우리의 기억 속에서 까마득하게 잊혀져 간다.
하지만 봄이 오면 그 풀은 예외없이 다시 싹을 내민다.
싹은 처음에는 붉은 색을 띄고 솟아오른다.
그러다 그 위로 파랗게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그 풀은 그렇게 매년 푸른 연두빛으로 봄을 연 뒤,
화단의 한부분을 녹빛으로 뒤덮는다.
올해도 예외가 없다.
봄이 시작될 때,
그 풀처럼 연두빛 느낌으로 계절을 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올해도 그 풀은 싹수가 파랗다.
사실 봄엔 어디서나 싹수가 파랗다.
싹수가 노랗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싹수가 파란 세상에 물들어보라고
봄엔 이렇게 싹수가 파란 것인지도 모르겠다.
3 thoughts on “싹수가 파랗다”
나두 이름은 모르지만 보라색 꽃을 피우는데…
올 봄엔 화단에 꽃을 더 심어보려구 해.
아, 맞다. 꽃이 피긴 피는 구나.
잎의 색깔이 워낙 강렬하다 보니 꽃은 기억에서 까마득하네.
봄엔 장미 때문에 그 푸른 빛만 보이고
여름엔 무럭무럭 자라는 푸른 빛만 보이고
가을에 잠시 꽃을 피워 씨앗을 퍼뜨리고는 금방 시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