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가면 나무들이 자욱합니다.
안개처럼 숲을 채우고 있죠.
실제로 먼곳의 나무는 흐릿하게 지워져 있습니다.
안개가 세상을 지우면
세상이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신비에 쌓입니다.
숲에서도 먼곳의 나무는 흐릿하게 자신을 지우면서
신비의 베일로 자신을 슬쩍 감싸둡니다.
그래서 숲은 자꾸만 그 신비의 미궁 속으로 걷고 싶게 만듭니다.
숲의 나무들은 줄을 맞추어 서는 법이 없습니다.
줄을 맞추면 앞나무의 등에 가려
아무 것도 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숲에선 나무들도 앞이 궁금하여
약간씩 자리를 비켜서선 앞을 기웃거립니다.
내가 숲길에 들어서면
사실은 저만치서 나무들이 나를 기웃거립니다.
나는 나무의 등뒤로 나를 슬쩍 지우면서
그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기도 합니다.
숲에선 나무 사이로 내가 지워졌다 나타났다 합니다.
안보는 척 하면서도 나를 기웃거리는 나무들 사이로 천천히 걷는 건 아주 재미난 일입니다.
숲에선 나무가 빛을 걸러줍니다.
나뭇가지와 잎을 우산처럼 펼치고
숲으로 밀려드는 빛들을 일일이 불러 세웁니다.
어디서 어떻게 왔냐고 꼬치꼬치 캐묻고는
그중 일부만 숲으로 들여보내 줍니다.
어떤 빛들이 들어오는지는 알 수 없어도
아마도 예의바른 빛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여름의 빛은 버르장머리가 없어
눈치고 뭐고 없이 우리의 잔등에 올라타고 이랴낄낄 말타기 장난질을 치는 통에
우리가 종종 진땀을 흘리게 되지만
숲에선 그런 일이 없습니다.
빛들도 숲에선 다소곳해지죠.
그래서 숲에선 여유롭게 나무 사이를 걸어갈 수 있습니다.
경사가 가파르지 않은 여유로운 곳을 골라
숲에 가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몇시간 동안 나를 지웠다 말았다 하면서 걷고 싶습니다.
13 thoughts on “숲에 가면”
^^두분 모습 너무 보기 좋으세요
숲에 가면 두분을 닮은 연리지가 있을듯..^^
4월초에 얼굴보는 건가요?
저는 연리지보다 쪽쪽이 나무라고 있는데 그걸 더 좋아합니다.
쪽쪽이 나무는 맥주에 올려드릴께요.
엇~ Mactive님 여기서도 뵙네요.
반가워요^^
Mactive님께는 더 멋진 분이 기다리고 계실거예요~
포항 소식도 자주 들려주세요.
사진엔 안개가 없지만,
안개만 있다면 선암사에서 송광사로 넘어가는 조계산의 숲과 분위기가 많이 비슷해요.
어디선가 물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안개숲에 가보고 싶어집니다.
선암사는 못가보고 송광사만 가보았죠.
안개낀 숲은 두 번 정도 경험해 봤어요.
안개와 숲은 궁합이 아주 잘맞는 것 같아요.
왜 내 얘기를 쓰는거야~~~
숲의 나무 얘기이기도 한데…
그럼 너와 나의 이야기…킥킥킥… 갑자기 닭살 모드.
네 속에 내가 있는 얘기지.
나무로 자욱한 숲의 얘기니까.
나는 가끔 너의 숲을 거닐어.
완전 치킨모드야…큭큭… 닭살보다 더 느끼한 모드.
내가 좀 풍만하고 맘도 넓으니까 맘껏 거닐게 해줄게…킥킥…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 다 도망가는 소리 들려.
그래도 몸에 해롭지 않게 올리브유로 튀겼으니 조금씩 드시고 가시라고 그래.
왜 지우셨어요?^^
완결편^^이어서 더이상 길게 달지 않았었는데요… ^^
켄터키 치킨에 끼인 양념통닭 같아선
살짝 건져내보았더니 이건 외려
‘분실 신고’까지 해주시고
생각지도 못한 열광적인 반응까지! ^^ ;;
앞으론 소심껏이 아닌, ‘소신껏’ 말씀 전할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