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에 물결이 입니다.
물결이 일면 흔히 사람들은
바람이 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결국 물결을 일으키는 것은 바람입니다.
하지만 난 좀 생각을 바꾸어 보기로 했습니다.
내가 생각을 바꾸어보기로 한 것은
내 경험과 좀 관련이 있습니다.
내 경험으로 보면
가끔 호수는 내 마음의 다른 이름일 때가 있습니다.
이미 ‘내 마음은 호수’라고 읊었던 시인도 있었으니
이런 경험이 새로울 것은 없습니다.
호수에 내 마음이 투영되고 나면
호수의 물결은 그때부터 바람이 일으키는 물리적 파동이 아닙니다.
바람이 오면
호수는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하고
그 떨림이 바로 물결을 만들어냅니다.
난 물결 중에서도 물결과 물결 사이의 골이 아주 잘디잔 미세한 잔물결을 좋아합니다.
그런 잔물결은 남들은 눈치채지 못하는 미세한 자기만의 떨림을 가져다 줍니다.
그 미세한 떨림은 신비롭습니다.
‘이게 뭐지’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정도로 그 정체를 알 수가 없지만
나는 질문은 던지면서도 사실 대답은 구하질 않습니다.
그 미세한 떨림만큼 사람을 설레게 하는 것은 없으니까요.
호수는 처음엔 바람에게서 아무 것도 구하지 않습니다.
바람이 오면,
그냥 바람이 왔다는 것만으로
호수는 미세하게 떨리고,
그 미세한 떨림이 물결을 일으키는 통에
스스로의 마음을 스스로에게 들키고 맙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이제 호수에 물결을 일으키는 것은
호수의 떨림이 아니라 바람이 되고 맙니다.
그 순간 내가 경험했던 내면의 떨림은 없어지고
물리적 파동이 호수의 표면에서 일렁입니다.
둘 모두 물결의 이름으로 불리지만
둘은 확연하게 다릅니다.
우리는 가끔 호숫가에 앉아 시간을 보냅니다.
바람이 일으킨 물결을 바라보면서.
그리고 호수가 일으키는 내면의 떨림을 기대하면서.
4 thoughts on “바람과 물결”
‘내 마음은 호수’에 연이은 ‘그대 노 저어 오오’에 어울릴 글인대요^^
두번째 어느 그녀분 사진- 빨간 깃발의 팔랑임, 잔물결의 흔들림, 벗어둔 신발, 경쾌한 분홍허리띠, 바위, 그림자… 왠지 보면 볼수록 좋아요.
저는 항상 그 시를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저어 오오, 와서 풍덩 빠지시구랴.’
요렇게 읽는 답니다.
에구~ 내 팔자야~~~ ㅜ.ㅜ
또 물에 빠졌구나.
이상하게 그대는 내 호수에선 균형을 못잡는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