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자전거 두 대

Photo by Kim Dong Won
2005년 9월 24일 서울 길동생태공원 앞에서


꽃이 단순히 꽃이 아니라
계절의 다른 이름일 때가 있습니다.
가령 개나리나 진달래엔 봄이 실려있습니다.
같은 색이라도 노란 은행잎엔 가을이 실려있습니다.
붉은 단풍에도 가을이 실립니다.
자연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자전거도 때론 그냥 자전거가 아닙니다.
아이들의 자전거엔 특히 아이들이 실립니다.
아이들이 잠시 자전거를 잔디밭에 세워놓고 자리를 비워도
여전히 자전거에선 아이들이 함께 보입니다.
우리 눈앞에 있는 건
그냥 잔디밭에 세워둔 빈 자전거이지만
우리는 그 자전거에서 아이들을 함께 겹쳐보곤 합니다.
진달래에 봄이 실리고, 붉은 단풍에 가을이 실리듯이
아이들의 자전거엔 아이들이 실려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나는 나이고, 너는 너로 살아가는 것 같아도
사실은 서로에게 실려 내 속에 너를 두고, 너의 속에 나를 둡니다.
또 세상 모든 것에 스며 세상 속에 나를 실어둡니다.
잔디밭에 세워놓은 빈 아이들 자전거 두 대에
여전히 아이들이 실려있었습니다.

6 thoughts on “꼬마 자전거 두 대

    1. 저는 집근처라서 전혀 그런 생각을 못했는데…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에 있거든요.
      요기 근처에 무슨 공원이 새로 생겼다는데 거기도 한번 가봐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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