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과 보트

Photo by Kim Dong Won
2005년 5월 4일 가평 자라섬의 강건너 남쪽 도로에서


강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물론 아래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강에 보트 두 대가 나타났습니다.
굉음을 내면서 강을 거슬러 쏜살같이 달려갔습니다.
강물이 갑자기 입에 허연 거품을 물고
그 뒤를 맹렬하게 뒤쫓기 시작했습니다.
그치만 강물의 걸음은 그다지 빠르지 못해
곧바로 숨이 턱에 차고 말았습니다.
보트를 저만치 놓친 강물은 헉헉 숨을 몰아쉬었고
그때마다 강물이 일렁거렸습니다.
그렇게 한참 숨을 고르다 보면
다시 강물은 잔잔하게 가라앉았습니다.
강물은 보트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다시 강 아래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보트가 나타날 때마다
강물이 다시 입에 허연 거품을 물고
보트를 뒤쫓는 맹렬한 추격전을 벌이곤 했지만
강물은 곧 가뿐 숨을 몰아쉬다가
걸음을 멈추고 잔잔하게 가라앉았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걸음을 강 아래쪽으로 천천히 옮겨놓았습니다.
노젖는 배는 조금씩 밀어주기도 하면서 천천히 따라가 볼만 한데
보트를 따라가는 건 영 무리입니다.
노젖는 배가 지나갈 때는 같이 놀곤 하는데
보트는 강에서 놀면서도
사실은 쌩쌩 달리면서 저 혼자 놀다가 갑니다.
강물도 잠시 보트를 뒤쫓긴 하지만
곧 보트를 버리고 천천히 아래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같은 곳에서 노는데
강물과 보트는 따로놉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5년 5월 4일 가평 자라섬의 강건너 남쪽 도로에서

2 thoughts on “강과 보트

  1. 직장 다닐때 가깝게 지냈던 여직원이 부모님 상을 당해서 찾아갔던날
    돌아오는길에 호수가 있었는데 보트가 가끔 지나더군요.
    평소 말도 없던 제가 “우리 보트타고 가요~!”했어요.
    이런저런 일로 우울해있던 마음에 장례식까지 보고오니 더 푹 가라앉았거든요.
    바람은 좀 차가왔지만 타는 내내 가슴속이 시원해졌던 기억..^^
    사진 클릭해서보니 더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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