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주 독특한 개나리 하나를 기억하고 있다.
개나리는 흔히 봄에 피는 노란색의 아주 여린 꽃이지만
그 개나리는 피어난다기 보다
마치 샘물처럼 솟아 올랐다.
그 개나리가 솟을 때의 힘은 매우 놀라워서
세상이 곧 노란 빛으로 물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가 그 개나리를 만난 것은 화가 이상열 선생님의 그림 속에서 였다.
그 그림 중 한 점은 우리집의 거실에 걸려있다.
나는 그 개나리를 볼 때마다
개나리의 샘에서 솟아나는 물줄기를 두 손에 받아 목을 축이곤 했다.
그러고 나면 나의 몸에서도 힘이 솟는 듯했다.
그 개나리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였다.
4월 8일 오후, 나는 다시 이상열 선생님의 그림을 보러 갔다.
오, 올해도 개나리가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샘으로 솟았던 개나리는
올해는 파도가 되어 있었다.
개나리는 노란 바다를 이루어
세상으로 거침없이 밀려들고 있었다.
푸른 바다가 옹색하게 한쪽으로 몸을 비킬 정도로
개나리의 바다는 세상을 온통 뒤덮고 있었다.
모든 그림이 그렇긴 하지만
이번의 개나리 그림은 사실 전시장에 가서 원화를 직접 보아야 한다.
도록에 나온 그림이 원화와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원화의 개나리는 그 노란색 속에 약간의 푸른 기를 내비치고 있었다.
개나리는 원래 그 노란 색 속에 세상의 바다가 되고픈 푸른 꿈을 갖고 있었다.
아울러 그림을 그릴 때,
개나리의 파도를 일으킨 이상열 선생님의 붓이,
그 무게 그대로 살아있다.
이쪽으로 한 번 움직이고, 저쪽으로 한 번 움직이며,
개나리의 파도를 몰고 가고 있는 붓의 움직임은
원화에선 아주 선명하기 이를데 없다.
도록의 그림에선 이런 섬세한 터치를 맛보기가 어려웠다.
지난해 개나리의 샘에서 목을 실컷 적셨던 나는
올해는 개나리의 파도 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그 속을 마음껏 헤엄치다가 왔다.
15 thoughts on “개나리의 샘과 바다 – 이상열 그림 <개나리> 두 점”
너무나 바쁜중에서도 와주셔서 감사 할 뿐입니다.
2006 개나리를보니 작년 전시때의 일이 생각나는군요.
사월이 가기전에 김콩삼으로 모시겟습니다.
별 말씀을요.
아는 화가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데요.
사월이 가기 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넘진샘 저희도 너무 반가웠어요.
샘 그림 보니까 기분이 밝아졌어요.
특히 진달래 꽃, 배꽃, 개나리꽃… 봄꽃을 잔뜩 보고 와서 그런지 봄이 훌쩍 와버린 느낌이예요.
언니에게도 안부 전해주세요^^
모출판사갔다가 3층올라가는 계단에 저보다 5배는 큰 액자가 떡 걸려있었는데 그 액자에 진달래꽃이 한가득 그려져 있었어요~4층까지 올라가야하는데 그냥 거기서 서버렸지모에요~~으~~온몸에 소름돋고 아무생각안나더라구요~~우아~~감동그자체였어요~^^
참고로 바둑이는 아키님보다 10cm작아요~^^;;
아키님보다 10cm 작은 데, 거기서 다섯배라? 아키님 키가 보통 키가 아니니 그것보다 작다고 해도 보통 키가 아닌데.
설마 높이가 그렇다는 건 아니겠죠?
어제 보러갔던 전시회가 매년하는 구상대전이란 건데
지난 해는 엄청난 크기의 대작이 상당히 나왔었죠.
설악산이나 양수리 풍경이 그랬는데 올해는 그런 대작은 없더라구요.
큰 작품은 그 앞에 서서 한참 보다보면 내가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서 좋구, 작은 작품은 그림이 내 가슴 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아서 좋구…
유화그림은 그 물감의 두께와 전해지는 감성의 깊이가 비례하는 것만 같아요.
그래서 덕지덕지 바랜 단청마냥 덕지덕지 물감 칠해진 그림이 좋아요.
이렇게 보아도 좋지만, 진짜 실제로 원화를 보면 더 좋겠어요.
아래쪽 그림은 저희집 거실에 있죠.
위의 그림은 정말 전시회가서 봐야 하는데
전시회가 어제 끝났어요.
안타까워라.
작년에 봤던 화가들이 많아서 올해 전시회에선 낯이 많이 익더군요.
올해는 그림의 모델도 봤어요.
마침 모델과 화가가 나누는 얘기를 지나가다 듣고 모델인지 알게 되었죠.
그림도 예술이었지만 그 모델도 예술이었다는…
밑에 개나리는 선물받으셔서 거실에 걸었다던 그 개나리 그림이네요?
사과밭 그림이 무지 궁금.^^
바로 그 개나리죠.
올해는 벚꽃, 배꽃, 복숭아꽃 등 꽃나무들로 주로 그리셨더군요.
오래간만에 전람회에 가서 그림을 보았더니 아주 기분이 좋았어요.
흐드러지는 개나리, 개나리군욧!!
그림보고 집에 오는데 정말 세상이 온통 개나리였어욧!!
전 노란색에서 생명력이나 동심을 느끼기 보다 염세와 우울… 뭐 이런 것들이 느껴지던데 색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세상처럼 각각인듯 합니다.
그게 노란색이 잘못 쓰면 상당히 그림이 유치하게 나올 위험이 크다고 하더라구요.
그건 그렇고 이 개나리는 염세와 우울을 확 벗겨주는 것 같지 않나요?
그래서 전시회에 가서 직접 원화를 보면 감동이 확 달라지는 것 같어.
더구나 그림의 주인을 직접 만나니 더 반갑더라.^^
화가가 아는 사람이면
그림을 아주 자연스럽게 감상하게 되.
여긴 어딘가요? 요렇게 물어도 보고.
올해 양평에서 그린 사과밭 그림에 애착이 크신 거 같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