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많은 궁이 있지만
꽃이 예쁘기로는 역시 창덕궁인 듯하다.
아마 그 다음은 창경궁을 손에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덕수궁이나 경복궁을 생각하면
그 궁과 관련하여 꽃은 선뜻 머리 속에 떠오르질 않는다.
지난 해도 4월 12일날 창덕궁을 찾았었는데
올해도 같은 날, 나는 그 궁에 있었다.
올해는 입장료로 15,000원의 거금을 치루었다.
궁에 들어가 첫사진을 찍은 것은 12시 38분이었고,
마지막 사진은 5시 14분이었다.
저녁 무렵 후둑후둑 비를 뿌린 날씨가 등을 밀지만 않았다면
아마도 나는 좀더 그곳에 머물렀을 것이다.
개나리 폭포.
밑에 앉아 있으면 노랗게 물든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겨우내내 외로웠던 나뭇가지 원풀었다.
꽃의 품에 안겼으므로.
민들레 민들레 민들레처럼~
못부르는 노래도 흥얼거리고 싶었고,
노랫말을 몰라도 그저 생각나는 그 구절만으로 계속 노래를 되풀이하고 싶었다.
핀 꽃도 예쁘지만
꽃은 꽃을 준비하고 있을 때도 예쁘다.
꽃은 동네 잔치다.
한 나무에 모두 모여 잔치를 준비한다.
그리하여 한 나무가 모두 꽃으로 활짝핀다.
창덕궁의 능수벚꽃은
올해도 빗줄기내리듯 땅으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리고 흐르다 공중에서 멈추었다.
빗방울,
아니, 아니,
꽃방울 맺혔다.
가지 끝에 매달지 않고
머리에 꽂았다.
지나는 처자들의 머리에 꽂힌
예쁜 핀들이 부러웠나 보다.
꽃은 피고 진다.
하지만 갔나 싶은 꽃은
다음 해에 어김없이 그 자리에 다시 선다.
꽃은 한해 단위로 부활한다.
다른 건 몰라도
꽃의 부활은 분명하게 믿을 수 있다.
믿지 못하겠거든 진달래 하나 눈여겨 보아두고
내년에 그 자리를 다시 찾으시라.
분명 다시 찾는 그날
분홍의 미소로 우리를 반겨줄 것이다.
우리는 잊어도
꽃은 우리를 잊지 않는다.
올해는 꽃에서 별을 보았는데
이 날도 예외없이 또 별을 보았다.
꽃들아, 꽃들아, 그 높은 곳에 어떻게 올라갔니?
–나무의 무등타고 올라왔죠.
나무야, 나무야, 무겁지 않니?
–꽃은 다 커도 바람처럼 가벼운 걸요.
능수벚꽃은
나무는 위를 보고 꽃은 아래를 본다.
시선은 정반대지만
봄마다 아무 탈없이 함께 잘 지낸다.
개나리야, 개나리야,
너무 그렇게 물 속을 한없이 들여다 보는 건 안좋아.
나르시스는 그렇게 물에 비친 자기 모습에 반해 물에 빠져 죽었데.
–내가 뭐 그렇게 바본가요.
16 thoughts on “창덕궁 꽃구경”
아름다운 궁안에서 핀 꽃이라서 그런지 더 예쁘네여
창경궁 옆에 붙어 있어서 가면 항상 창경궁도 들르게 돼요.
들어가는 게 번거로워서 요즘은 그냥 창경궁만 들르고 말지만요.
이야~~
좋습니다….
꽃들이 워낙 좋다보니…
고궁은 별로 안보고 꽃만 쫓아다니다 왔다는…
예전에 세검정 살때는 고궁이 코앞이었는데…
개나리 폭포는 정말 가관입니다~~
어케하면 이렇게 사진을 잘 찍을 수있는건가요?
액자해서 걸어두고 싶구만요~
한장은 바탕화면으로 써야겠어요~
퍼갈께요~^^
그게 모델, 카메라, 렌즈의 3박자라고나 할까.
둘은 돈이 좀 드는데 꽃들은 모델해 주면서도 돈도 안받고…
ㅎㅎㅎ~
진달래꽃 보니까 정말 예쁘다.
어떻게 저런 색이 나오는지…
그게 사실은 슬픔의 빛깔이라고 하더군.
나보기가 역겨워 떠나는 님 때문에 상처받으면 저런 슬픔의 빛깔이 된다고 하더군.
사랑할 때는 그런 슬픔마저도 저런 빛깔이 된다는 거였어.
직접 겪은 것은 아니고
김소월이란 사람한테서 들었어.
그 사람 그래서 떠나는 님한테 내 마음 밟고 가보라는 얘기를 진달래 밟고 가보라고 돌려서 얘기했다고 하더군.
창덕궁의 꽃구경, 그만 가슴이 시릴 만큼 무척 이뻐요.
자유관람권 끊으셨네요- 거금 15000원^^
제가 서울 살면 고궁을 많이 거닐텐데, 아쉬워요.
꽃님이랑 대화를 나누셔서 그러신지?- 꽃사진이 예술입니다.
목요일은 무조건 15,000원이죠.
다른 날은 자유관람 자체가 허용이 안되요. 그냥 5천원내고 안내원따라서 돌다가 나와야 합니다.
지난 해는 그래서 한팀따라 들어갔다가 나올 때 들어오는 팀에 묻어서 다시 들어갔었는데 올해는 저 혼자 자유롭게 돌아다녔어요.
창덕궁의 꽃은 너무 예쁘게 피는 것 같아요.
궁의 격자무늬를 배경으로한 벚꽃송이가 참 맘에 들어요.
꽃방울이라고 하신 사진.^^
근데 입장료가 진짜 비싸네요. 예전에도 다른곳보다 비쌌던 기억이 나요.
비싸서 그런지 사람들이 그렇게 많질 않아요.
지난해는 자유관람을 하며 사진을 찍으려면 5만원이었어요.
항상 봄에만 갔는데 여름하고 가을에도 한번 가봐야 겠어요.
어흐~~~
정말 개나리가 쏟아져요~~~~
저 능수벚꽃은 처음 듣고 보는데, 어디쯤 있나요?
어디쯤 넘어가는 부분인지 알 것 같기도 한데, 아리송해요.
정문으로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맨끝이죠.
낙선재 있는 곳.
창경궁이 담너머로 보이는 곳이예요.
지난 해는 여기서 능수벚꽃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그때 블로그에 능수벚꽃만 올리기도 했어요.
http://blog.kdongwon.com/314
올해는 지난해만큼 이 앞에서 많이 머물지는 않았어요.
주루님의 창덕궁 사진 중 하나는 부용지의 것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