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껍질과 바람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4월 12일 서울 창덕궁에서

껍데기란 말은 왜 그렇게 슬픈지요.
알맹이만 홀라당 빼먹고 버린 느낌이 나기 때문인가 봅니다.
하지만 그 반대일지도 몰라요.
껍데기가 버려진 운명이 아니라
속을 비운 것인지도 모른다는 얘기죠.
창덕궁에 갔을 때,
옥류천 내려갔다 올라오는 길에
길옆의 숲에 놓인 나무 껍질 하나를 보았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속을 말끔히 비우고 있던지요.
자세를 낮추고 들여다 보았더니
껍질의 저편으로 빛이 새어드는 것도 보였어요.
나무 껍질이 몸을 비우자,
그 자리에 지금은 바람과 빛이 가득했어요.
가끔 우리는 우리의 껍질을
계속 몸으로 채우려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또 껍질이 되고, 그럼 또 몸으로 채우고.
우리에겐 바람을 피다라는 말이 그런게 아닌가 싶어요.
껍질을 계속 몸으로 채우고 싶은 욕망 같은 거 말예요.
하지만 나무는 바람을 피다라는 말의 본래 뜻이
사실은 몸을 비우고
그 속을 바람으로 채우는 것이란 사실을 잘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
나무 껍질이 그 몸을 비운 자리에
바람과 빛이 그득했거든요.
나도 몸을 비우고
바람으로 나를 가득 채우고 싶었어요.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4월 12일 서울 창덕궁에서

5 thoughts on “나무 껍질과 바람

  1. 저도 어제는 윗층아가씨와 단촐하게 햇빛도 쐬고 바람도 맞고 왔습니다.
    석촌호수 주변의 나무에도 꽃들이 많이 피었나요?
    잠실점의 디자인팀에서 여섯달 동안 일했었는데 벌써 6년전이네요.
    그 백화점 여전히 장사 잘 되죠? ^^

    1. 오늘은 세일 마지막날이어서
      특히 사람들이 많았어요.
      석촌호수의 꽃들을 모두 둘러보고 다녔죠.
      저는 괜찮았어요.
      쇼핑은 한시간만 뒤따라 다니고 나머지는 사진찍었으니까요.

  2. 오늘은 바람이 불지 않으면서 포근해서 참 좋았어요.
    아이들은 놀러가자고했지만 제가 목이 아파서 그냥 집에 있었답니다.
    즐거운 휴일 되고 계시죠?^^

    1. 오늘은 잠실 롯데에 쇼핑나갔다 왔어요.
      아이가 구두가 필요하다고 해서요.
      하지만 여자들의 쇼핑을 따라다니는 건 보통 인내가 필요한 일이 아니어서 저는 근처의 석촌호수에서 사진을 찍었어요.
      놀랍게도 거의 3시간이 넘게 쇼핑을 하더군요.
      나중에 보니 운동화하나 샀더라는…

    2. 당신 신발도 하나 샀는데…ㅎㅎ
      당신껀 시간 별로 안걸렸지만…

      이젠 우리 딸이 엄마 주머니 사정과 사고 싶은 것 사이에서 고민하는 나이가 되었더라. ㅎㅎ
      그래서 아주 오래 걸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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