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산의 이름은 고려산입니다.
강화도에 있습니다.
강화대교를 건너 얼마가지 않아 그 산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산을 항상 진달래산이라 부릅니다.
지난 해, 그 산에 갔었고,
올해는 4월 18일, 바로 그제 그 산에 갔습니다.
올해도 그 산은 진달래 산이었습니다.
지난 해는 백련사라는 절이 있는 곳으로 올라갔는데
올해는 청련사라는 절이 있는 곳으로 올라갔습니다.
진달래를 보기까지 좀더 오래 산을 올라야 했지만
숲길이라 산을 오르는 맛이 났습니다.
청련사 쪽으로 올라가면
진달래 군락지가 금방 나타나진 않습니다.
정상까지는 1시간 정도가 걸립니다.
정상 가까이 가면
사면으로 진달래가 띠를 이루어 아래쪽으로 길게 흐릅니다.
처음오는 사람들은 조금 실망합니다.
애걔, 겨우 이 정도야.
하지만 두번째 찾은 우리에게 그건
온산을 진홍빛으로 물들일 진달래 잔치의 예고편입니다.
드디어 정상에 올랐습니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면
가장 화려한 군락지가 북쪽 사면을 진홍빛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가파른 길을 잠시 내려가면
군락지에 도착하게 됩니다.
진달래가 모여사는 곳이죠.
진달래가 손에 손잡고 울타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울타리의 뒤편은 사실 모두 진달래입니다.
조금더 내려가면
진달래가 아예 돔을 이루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 진홍빛 돔 속으로 들어갑니다.
내려가다 올려다 보면
산이 어디나 온통 진달래 뿐입니다.
그리고 진달래 터널이
마치 비밀의 문처럼 사람들을 맞아줍니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가지를 많이 흔들게 되는데도
진달래는 거의 떨어지는 법이 없습니다.
잠시 몸을 낮추고 앉아보면
진달래가 하늘을 감싸고,
또 멀리 흘러내리는 산자락도 감싸고 있습니다.
산 아래 진달래가 있고,
멀리 산 위에 진달래가 있습니다.
진달래산에서 산은 그 위아래로
오직 진달래밖에 두질 않습니다.
다른 나무들도 있긴 있지만
진달래밖에 눈에 들어오질 않습니다.
진달래 군락지를 올라와
군락지의 맞은 편,
백련사로 내려가는 길로 내려가다 발길을 멈춥니다.
우리가 내려가 안겼던 진달래의 품이
이제는 저만치 아래쪽으로 보입니다.
바람이 산등성이를 넘어와 옷깃을 스치면
이제 그 바람결에도 분홍빛이 묻어날 것 같습니다.
계곡을 넘을 때
분명 바람이 저 진홍빛에 물들지 않았을까요.
그냥 사람들은 아무 말없이
진달래 속에 하염없이 앉았다 가곤 했습니다.
남녀로 짝을 맞추어 온 사람들은 더더욱 그러했습니다.
마치 목마를 때 마시는 한잔의 물처럼
우리에겐 진달래가 해갈시켜 주는 어떤 갈증이 있는게 분명합니다.
진달래산에 가서 진달래 속을 헤매다 쉬다 하며 하루를 보내면
가슴의 그 갈증이 모두 해소됩니다.
정상에서 군락지로 내려가자 마자 만나는 첫 진달래 세상입니다.
이곳에선 진달래 속으로 잠시 몸을 묻으면
눈앞에 있어도 그 속의 사람들이 잘 보이질 않습니다.
그 속에서 입맞추면 마치 진달래와 입맞추는 느낌입니다.
이 곳은 정상은 아니지만
진달래산의 진달래는 사실 이 봉우리로 모두 모여있습니다.
우리도 이 봉우리의 아래쪽 진달래 군락지로 내려가
가장 많은 시간을 그곳의 진달래 품속에서 보냈습니다.
백련사로 내려온 뒤,
다시 산길을 따라 청련사로 향합니다.
길이 그다지 험하지 않습니다.
거의 옆으로 이동한다고나 할까요.
산행만으로 보면 싱겁기 그지 없지만
진달래 때문에 그저 즐겁기만한 길입니다.
이 길에서도 나무들 사이 여기저기에서
진달래들이 분홍빛을 내비치며
지나는 사람들과 눈길을 맞춥니다.
9 thoughts on “우리는 그 산을 진달래산이라 부른다 – 강화 고려산 1”
김동원님도 진달래속에서 키스하셨죠? 다 알아요.^^
소백산은 철쭉인데 저긴 진달래네요.은은한 아름다움..
진달래의 진홍빛에 휘말리다 보니…
가을소리님 말씀듣고 저 진달래 꽃잎 따먹었어요^^
약간 쌉쌀하면서 달고, 달면서 싸한 맛이 좋더라구요.
저녁에 꽃잎 몇잎 가져다가 화전도 해먹었다는…ㅎㅎ
너무 아름다우면 사실 말이 필요없는 것 같어.
아마도 아름다운 산 중에 진달래산이 꼽히지 않나 싶어.
산행하기도 어렵지 않은 점도 아주 좋고, 산을 내려와 낙조를 볼 수 있는 것도 아주 매력적이기도 하구…
이번에 간 청련사 길 참 좋더라.
가끔 실수가 행운을 불러.
포레스트님과 이스트맨님 덕분에 진짜 풍경을 보았어요.
저는 진달래가 저렇게 많게 핀 걸 본적이 없거든요.
강화도의 고려산이라…
강화도도 아직 못 가봤으니…ㅡㅡ’
아… 정말 진달래를 쏟아붓는 것 같네요.
제일 유명하기로 따지면 여수의 영취산인데 거긴 3월 중순쯤 가야 하죠. 한번 가보고 싶은데 너무 멀어요. 여수, 참 좋은데…
황매산에 철쭉을 찍으러 갔던때가 생각 났습니다.
부지런한 사람에게만 사진이 허락 되는 것만은 아니였죠.
일찍 출발하고 많이 걸었지만 기상이 받쳐주질 않아 썩 맘에 차진 않았었으니까요.
이스트맨님의 부지런하심이 좋은 사진의 원동력인듯 합니다~
저도 지난해 철쭉을 찍겠다고 소백산에 갔다가 비를 만나서 정상에서 완전히 비를 다맞고 30분 동안 덜덜 떨고, 결국은 철쭉은 찍지도 못한 적이 있어요.
어제는 산정상에서 거래처로부터 전화 왔더군요. 새로운 일 시작해야 한다는… 짬 날 때 잽싸게 어디든지 떠났다 와야 하는게 프리랜서들의 운명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