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진달래, 진달래 – 강화 고려산 2

뭐든 한가지만 계속되면 무료하고 지루한 법인데
그 한가지 속에 끝없는 변화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겨울의 눈내린 풍경이 그렇습니다.
온통 흰색 일색이지만 그 속에서 변화가 끝없이 이어집니다.
진달래산에 가도 그 점은 마찬가지입니다.
산이 온통 진달래 일색이지만 그 속에 끝없는 변화가 있습니다.
걸음을 떼어놓을 때마다 진달래의 낯빛이 다르고 포즈도 다릅니다.
4월 18일, 우리가 진달래산이라 부르는 강화의 고려산에서
하루 종일 그 진달래와 함께 했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안녕.
진달래 한송이가 고개를 옆으로 내밀고 인사했습니다.
나는 그냥 씨익 웃어주었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진달래는 빛속에 색이 있다는 걸 압니다.
빛이 들면 그때마다 그 속의 분홍빛만 골라서 마십니다.
그리고 그 빛으로 꽃을 피웁니다.
진달래꽃을 본 순간, 그래서 숲이 환해집니다.
꽃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분홍의 빛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Photo by Kim Dong Won

진달래는 잎은 없고, 꽃만 있는 건가?
이제 진달래가 무리를 지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잎은 안보이고 꽃만 보입니다.
같은 산인데도 산의 이쪽과 저쪽 풍경이 많이 다릅니다.
청련사로 오르는 이쪽 길, 그러니까 정상에서 동쪽 부분은
키가 큰 나무들이 많고
나무들 사이사이에서 진달래가 잠깐씩 무리를 짓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여자는 꽃을 만나면
꽃 속의 꽃이 되고 싶어합니다.
남자는 그녀를 만나면
그녀 속의 남자가 되고 싶어합니다.

Photo by Kim Dong Won

난 전생에 별이었어.
지구로부터 15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진달래별이었지.
–내가 보기엔 전생에 불가사리였던 것 같은데…
내 농담에, 흥, 진달래가 삐쳤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봄이란 게 참 이상하지.
볕이 따뜻해도 홀로 맞으면 그 봄이 참 허전한데
이렇게 둘이 맞으면 그때서야 비로소 따뜻한 거 같아.
우리 이 봄내내
이렇게 바람이 등을 밀면
못이기는 척 볼을 부비며 함께 보내자.

Photo by Kim Dong Won

흠흠, 오, 이 하늘 냄새.
진달래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호흡합니다.

Photo by Kim Dong Won

봄이 오면 마음이 들뜹니다.
꽃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들뜬 마음이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Photo by Kim Dong Won

진달래 품에 안겨
함께 하늘을 보았습니다.
아무 말없이 하늘만 보고 있어도 좋았습니다.

청련사로 올라올 때 보았던 진달래와는 좀 느낌이 다릅니다.
백련사 길로 올라와 정상에서 바라보면
북쪽과 서쪽 경사면으로 진달래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이곳엔 키큰 나무는 거의 없고,
온통 진달래뿐입니다.

Photo by Kim Dong Won

진달래가 살금살금 기어갑니다.
산 아래쪽 저 밑으로.
뭐가 있는 거지, 저 아래.
고개 내밀고 바라보았는데
내 눈엔 진달래 뿐입니다.

Photo by Kim Dong Won

진달래와 함께 산을 오르고,
진달래와 함께 산을 내려갑니다.
가다 발길을 멈추고 한참 동안 앉았다 가기도 합니다.

Photo by Kim Dong Won

이제 내려가는 길입니다.
올해 처음 간 청련사 길은 백련사에서 오르는 길보다 길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지 않아 호젓함이 좋았고,
진달래가 나무들 사이로 점점이 흩어져 있는 그 느낌도 아주 좋았습니다.
진달래와 서로 눈맞추기가 좋았다고나 할까요.

Photo by Kim Dong Won

군락지의 진달래가 진한 맛이라면
꽃과 꽃 사이를 숭숭 열어놓은 청련사 길의 진달래는
그 느낌이 담백합니다.

Photo by Kim Dong Won

내년에 또 올께.
진달래에게 다시 찾을 것을 기약하며
손을 흔들어 인사했습니다.
그렇지만 자꾸만 뒤돌아 보게 됩니다.
진달래에게 빼앗긴 마음은 쉽게 거두어 가기가 어렵습니다.

15 thoughts on “진달래, 진달래, 진달래 – 강화 고려산 2

  1. 제가 진달래를 무척 좋아합니다.
    색이 정말 곱게 나왔네요.
    forest님 사진 중에서 위 사진이 제일 예뻐요.
    조금 더 클로즈업했다면 아름다움이 배가 되었을 텐데…
    진짜 피부 곱습니다.^^

    1. 여기 실린 forest님 사진은 믿지 마시라니까요.
      이건 절대로 비밀인데 forest님 얼굴보고 우린 종종 달표면이라고 불러요.

      이 산은 강화에 있는 고려산이란 곳인데 지난 해부터 시작해 진달래 필 때 올해로 두번째 갔어요. 내년에는 다른 곳으로 가볼까 생각 중이예요. 진달래 군락지가 여러 군데 있더라구요. 여기 블로그에 이 산의 진달래 사진은 아주 많아요.
      지난 해는 forest님이 아니라 다른 여자랑 갔다가 나중에 잔소리좀 들었죠.ㅋㅋ

    2. 그래도 못만나게는 안해요.
      대신 잔소리 들을 각오하고 나가, 요렇게 나온다니까요.
      저도 가끔 술을 같이 먹는 여자 친구가 좀 필요해서…

  2. 한송이를 보아도 이쁘고,
    세송이를 보아도 이쁘고,
    백송이를 보아도 이쁘고,
    나무를 보아도 이뻐요.
    산과 하늘이 이쁜 색으로 온통 물들었네요.

    1. 요기서 좀더 가면 외포리라고 있는데 거기서 배타고 들어가는 석모도라는 섬이 있어요.
      그 섬에서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그 섬의 낙가산이라는 산도 진달래가 많다고 하더군요.
      가보지는 못했구요.
      섬은 배가 끊어지면 나오질 못해서 서두르게 되는게 흠이예요.

    2. 네, 그 섬은 어느 영화로 인해서 알고 있어요.
      바로 시월애라는 영화인데, 그 영화에서 이정재가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으로 나오죠.^^ 그래서 ‘한번 간다, 간다’ 했는데, 영화 개봉후, 시간이 조금 지나서 불법건축물로 철거되었다죠.
      그 소식듣고 많이 아쉬었어요.
      그런데 그 섬의 산에도 진달래가 많다니, 꼭 가봐야겠어요. 진달래산 뿐만 아니라, 지난번에 세랑님 블로그에서도 강화도에 대한 글을 한번 읽었는데, 이제까지 한번도 안 가보았다니… 제가 관심이 없었나봐요.
      섬에 들어가서 배가 끊어지면 어때요? 하룻밤 더 머물고 오면 되죠.^^

  3. 진달래의 분홍색이 너무나 환상적이네요
    실제로 보면 꽃에 취할것 같군요.
    꽃속의 통통이 님도 즐겁고 아름답군요.

  4. 지금 하늘이 잔뜩 회색빛인데, 이 곳 들렀더니 온통 분홍빛이네요. *_*
    이쁜 달래양은 늘 사랑스러워요.
    수 많은 달래양과 단체사진 찍은 동원님의 그녀님도
    분홍빛 가득히 더욱 더 사랑스러워지셨어요~

    1. 오늘은 날은 좋은데 황사라고 하더군요.
      근처의 어린이대공원이랑 올림픽공원에서 사진찍고 공연도 보고 그러다 들어왔네요.

  5. 겨울엔 눈으로, 봄엔 진달래로…
    계절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건 당신의 부지런함 때문인 것 같어.
    진달래 산은 매년 꼭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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