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너 번 남한산성을 찾은 일이 있지만
항상 그때마다 차를 갖고 가거나
아니면 버스를 타고 산성 속의 마을 한가운데로 들어갔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산성 안의 성벽을 따라 돌며 아래를 내려다보다 돌아왔었다.
근래에 두 번,
마천동에서 시작되는 산길을 따라
걸어서 남한산성에 올랐다.
아는 사람들 여럿과 함께 한 13일의 산행에선
산중턱에서 새를 손끝으로 불러모으는 한 아저씨를 만났다.
아저씨가 새들과 소통하는 특별한 염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새들을 부르는 아저씨의 숨은 비밀은
손바닥에 올려놓은 새의 먹이이다.
그러나 먹이만으로 새를 부를 순 없는 노릇이다.
사람이 내민 손바닥의 먹이는 새들에겐 매우 위험스런 유혹이기 때문이다.
새들이 그 위험을 마다하고 아저씨의 손끝으로 날아드는 것은 보면
아저씨는 먹이로 유혹하는 것이 아니라
먹이를 새들과 나누는 것이 분명했다.
지나는 배고픈 길손에게 밥한끼를 스스럼없이 나누는 우리네 인정과 같은 것이다.
같은 먹이도 마음씀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위험한 유혹이 되기도 하고 따뜻한 나눔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일행 중 홍순일씨가
아저씨가 쌓아놓은 신뢰에 기대어
새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새들은 우리들이 갖고 있던 땅콩은 멀리 외면했다.
대신 아저씨가 자신이 챙겨온 먹이를 나누어 주었다.
아저씨는 새와 먹이를 나눌 뿐만 아니라
새를 손끝으로 불렀을 때의 즐거움도 사람들과 나누었다.
아저씨의 보증은 곧바로 새들에게서 효험을 발휘했다.
야생의 자연은 항상 우리와 일정 거리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거리가 이렇게 좁혀지기도 한다.
그때면 우리는 손끝으로 날아든 자연이 신기하기만 하다.
홍순일씨 얘기에 의하면
새가 먹이만 낚아채서 곧바로 날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먹이를 물고는 한번 자신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더라고 했다.
이제 새는 팬서비스의 예의까지 익혔음이 분명했다.
새에게 먹이를 주며 모두가 즐거워했다.
나눔은 즐거운 것이다.
홍순일씨의 딸 하은이도
손끝에서 새의 무게를 느껴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아저씨가 입술을 모아 휘파람을 불면서
새들을 불러주었다.
홍순일씨의 아들 진표는 새가 손끝에 앉자 놀라서 손을 오므렸다.
그러자 아저씨가 손을 잡아주었다.
덕분에 진표도 새에게 먹이를 나누어 줄 수 있었다.
8 thoughts on “새가 손끝으로 날아들다 – 남한산성 오르는 길에서”
벌써 걱정이네요.
빨리눈이 와야할텐데…, 벗뜨 그러나 저는 추위를 많이 타는편이라 그것도 걱정이고.., 눈오는 태백산이 그리 춥지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겨울의 하얀추억도 만들어봐요…
태백산도 등산 코스가 한 세 곳 정도되는데 우리는 가장 짧은 코스로 올라가니까 수월할 거예요. 중간까지는 등산로의 폭이 검단산 정도로 넓어요. 그 넓은 곳을 지나치면 또 거의 평지라서 어려움이 없어요. 우리는 가장 짧은 코스로 올라갔다가 그리로 내려와서 태백으로 더 들어간 뒤 그곳의 석탄박물관 정도를 구경하면 될 것 같아요. 고향 근처라 제가 훤해요.
새들과의 교감도 좋았고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산뜻한 산행도 좋았지만 그 모든것이 좋은사람들과 함께여서 더욱 좋았다는…, 그리고 산행후 시장기도 달랠겸 시작한 한잔이 너무너무 좋았다는…, 정신적 에네르기가 필요할땐 이따금씩 연락드릴께요. 새들과 소통하듯 아이들과 소통하는 형님의 모습이 좋아보여요. 저는 노력해도 잘되지않는다는…,
새 사진은 신기하기는 한건지 SBS 모닝와이드에서 연락이 왔어요. 새에게 먹이주는 그 아저씨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냐고. 마천동에서 올라가는 길을 알려주고 산중턱의 상인들에게 물어보라고 했죠.
하은이랑 진표는 좋겠다^^ ㅎㅎ
내가 한 살만 더 어렸어도 새에게 모이 줄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ㅋㅋ
그날 너무 많이 웃어서 10년은 젊어진 것 같아요.
즐겁게 산행할 수 있는 벗들이 있어 넘 행복하고 감사하고 즐거웠어요.
벌써 이렇게 쌀쌀해지니 산행하기 점점 어려워질 것 같아서 좀 섭섭…하네요.
하얀 눈이 많이 내리면 태백산에 눈꽃보러 갑시다요^^
이번 일요일엔 너무 즐겁게 논 것 같아.
나중에는 세상에 미안할 정도였어.
우리만 이렇게 즐거워도 되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당분간 자제를 해야지.
전 저 아저씨의 새인줄만 알았는데 야생의 새를 불러모으시는군요? 아무나 할수 있는 일이 아닐텐데..보통 사람의 경우 아무리 새가 좋아하는 먹이를 뿌려놓고 기다려도 눈치를 살피지 손에까지 앉지는 않을거아녜요. 저 아저씬 전생에 새였지않았나하는 생각이.^^
아저씨가 너무 선하게 생겼어요. 이름자라도 물어볼까 했는데 저는 그냥 스쳐지나가면서 이미지만 얻어가는게 좋아서 그냥 지나쳤죠. 아무튼 즐거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