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전람회에 가면
그림을 보는 즐거움과 함께 몇가지 좋은 점이 있습니다.
먼저 공연시간이 정해져 있질 않아
시간이 늦었다고 황급히 뛰어갈 필요가 없습니다.
이와 달리 공연 예술은 시간맞추어 뛰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전람회도 정해져 있는 시간이 있긴 하지만
아침부터 저녁 때까지라서
시간을 맞추기 위해 뛰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전람회에 가면 그림 앞에서 좀 떠들 수도 있습니다.
그림의 느낌을 같이 온 사람들과 나눌 수도 있고,
또 그림이 잘 이해가 안되면 화가에게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그림의 장소도 물어보면 화가가 알려줍니다.
가령 2007 구상대전에서 만났던 화가 이상열 선생님의 그림 <사과밭>은
그림의 그곳이 어딘가 했더니 양평이라고 하더군요.
그런 것이 그림의 이해에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때로 그런 것이 나만 아는 작은 비밀처럼 여겨져
남모르게 뿌듯하기도 합니다.
아울러 양평이면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워
그곳의 사과밭을 지날 때 한번이라도 더 눈여겨 보게 됩니다.
그곳의 어느 사과밭이 화가의 그림 속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하면
그게 남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전람회에 다녀오면
그냥 지나치던 사과밭 하나도 남다르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 전람회에 갔을 때는
그림 속으로 들어간 모델도 봤습니다.
그림 속 모델이 전람회에 구경을 나왔는데
바로 옆에서 오고가는 대화를 듣곤 그 사실을 알게 되었죠.
그림 속 모델이 잠시 그림 속을 나와 전시장을 걸어다니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것도 참 신기했습니다.
전람회에 가면 돌아다니면서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그림과 저 그림 사이로 천천히 걸어다니며 그림을 보는 거죠.
이 그림을 보다 갑자기 좀전에 보았던 그 그림이 생각나면
다시 그 그림 쪽으로 걸음을 돌릴 수도 있습니다.
그림은 원래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영화 같은 경우엔 두 시간여를 가만히 앉아서 감상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영화나 연극은 이야기를 한 무대에 모아두고
미술전람회에선 그림을 전시 공간 내에 넓게 흩어놓고
내가 이야기를 엮어가며 즐기게 됩니다.
전람회에 가서 그림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그림 속 세상이 우리가 사는 세상과 좀 달라보입니다.
그림 속 세상은 그렇게 좀 다른 모습으로 와서
결국은 우리에게 세상을 달리 볼 수 있도록 해줍니다.
가령 올해 이상열 선생님의 그림을 본 사람들이라면
배꽃, 벚꽃, 개나리와 같은 꽃들 속에서
<사과밭>을 함께 보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마도 왜 주로 꽃을 그리다가
사과와 같은 과일을 그렸을까 하는 생각을 품기 보다
사과밭의 사과들이 과일이라기 보다
빨간 꽃같다는 인상을 받았을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는 문득 사과도 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림 속에서 사과는 빨간 동백처럼 사과밭의 여기저기에 피어있습니다.
그러니까 사과는 꽃을 두번 피우는 셈입니다.
우리는 열매를 먹는다기 보다
사실은 열매라는 이름으로 영근 꽃을 먹는 셈입니다.
갑자기 사과가 꽃이라고 생각하니
그것을 한입 물었을 때의 느낌도 달라질 것 같지 않나요.
그렇게 그림은 세상을 달리 보이게 하고
그러면 우리는 똑같은 세상에서 다른 느낌을 살 수 있습니다.
미술전람회는 바로 그런 게 매력입니다.
또 하나, 그림은 돈이 좀 허용이 되면 구입도 가능합니다.
거실에 걸어놓고 아침 저녁으로 즐기는 그림의 느낌은
그것이 작은 그림이라고 해도
마치 그림 속에 집이 있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 줍니다.
요즘 좋은 전람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시간이 나는대로 한번 걸음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5 thoughts on “미술전람회에 가면”
저도 미술관을 참 자주가요.
이곳에서는 혼자인지라, 외롭게 가지만… 학교가 학교이다보니 시립미술관을 공짜로 갈 수 있어서 새로운 전시회가 있을때마다 찾아가죠. 그게 참 좋아요, 미술관이라는 곳은… 제한적이지만 내가 그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이요.
포레스트님 사진이 있어 부러웠습니다.^^
요즘 한국에선 좋은 전시회가 무지 많아요.
마그리트전은 주말에는 줄서서 봐야할 정도라고 하더라구요.
빨리 마그리트전 봐야 하는데…
올해도 구상대전이 있었네요.
작년 햇빛 좋았던날 다리가 아프도록
그 많은 작품들을 보느라 즐거웠던 기억이 나네요.
전 꽤 오랫동안 전시회도 못가고 이러고 있답니다.
고흐의 아를르의 방 그림이 한국에 왔단 소식을 듣고 들떠하고 있답니다.
9월까지라니깐 여유를 두고 함 보러갈려구요.
사진속의 포레스트님 멋있으신데요~ ^^
올림픽 공원내 소마 미술관에선 고흐에서 피카소까지라는 앵콜 전시회도 하고 있어요.
볼만한게 많은 것 같아요.
aki님 오랜만이예요~
봄빛이 참 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