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나란히 걷는 것도 쑥쓰러웠던 시절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남자는 앞쪽에서 걷고 여자는 좀 뒤쪽으로 떨어져
둘 사이에 어느 정도의 간격을 두고 걸었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으로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얘기죠.
아마도 그 시절엔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사실 둘 사이를 그렇게 벌려놓은 것은
둘 사이에 가로놓인 마음의 간격 때문은 아니었다고 하더군요.
마음은 항상 손잡고 팔짱끼고 허리에 팔을 두르고 가고 싶었는데
오래 전부터 전해내려온 사회의 관습이란게
그 둘 사이를 그렇게 갈라놓고 있었다는 얘기였어요.
며칠전 수리를 맡긴 렌즈를 찾으러 갔다 들어오는 길에
손을 꼭잡고 가고 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흔히 보는 풍경은 아니었어요.
더구나 옆으로 나란히 서서 손을 잡고 걸어가는게 아니라
할머니의 손을 뒤로 잡고 있었습니다.
마치 손잡은 것을 짐짓 모른 척 숨겨둔 듯 했어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두 손으로 할머니의 한 손을 꼭 잡고 있었죠.
꼭잡은 손을 보면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이 그대로 느껴지고,
잡은 손을 뒤로 둔 것을 보면
또 자라고 성장한 시대의 관습 속에 한 발을 그대로 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손잡고 가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모습에선
시대가 보이고, 또 사랑이 함께 보였습니다.
그건 시대도 버리지 않고, 또 사랑도 멀리 하지 않은
아주 묘한 공존이었죠.
아니, 사랑 쪽에 무게를 두어 좀더 적극적으로 해석을 하면
시대의 관습을 할아버지와 할머니만의 방식으로 넘어선
그들만의 사랑이었죠.
6 thoughts on “노년의 사랑”
수아옵션님도 옛날사람같은 젊은이죠.
한번은 찜질방에서 다정히 팔베베한 부부를 보고
“저부부봐 얼마나 다정해?”
했더니 한마디만 하더군요.
“저 둘 부부 아니다….”
표현하는 사랑 그것이 바로 에너지충전이라고 믿습니다.
근데 사랑이란게 둘이 있을 때만 잘하면 되는 거지 뭐 하는 생각도 들고… 그걸 뭐 대놓고까지야…
저희도 자주 오해받아요.
부부 아니라고.
근데 딴짓은 하나도 안하고 같이 다니기만 하는 데도 그래요.
웬 아줌마가 희얀한 녀석을 하나 데리고 다닌다고 생각한다는…
허락도 없이 즐겨찾기에 담아두고 날마다 훔쳐보는 사람입니다.
오늘 사진이 너무도 제 친정부모님을 닮았어요.
어렸을때 두분이 같이 걸으실 때면
아빠는 백팔십이나 되는 키로 뒷짐을 진채로 성큼성큼 앞서가시고
백오십밖에 되지 않는 엄마는 한참 뒤쯤에 짐을 들고 종종거리고 다니셨는데
지금은 사진의 모습보다 더하시답니다.
친정엄마가 한차례 쓰러지고 나신 후에
나들이라도 한번 할라치면 얼마나 어깨를 감싸고 다니시는지…
저도 사진한장 찍어두었다가 두고두고 보고싶습니다…
무슨 허락은요.
그냥 들러주시는게 고맙죠.
세상에 사랑이 절로 느껴지는 풍경이 참 많은 거 같아요.
순간 달려가 포착을 잘 하셨네요^^
저렇게 바라만 보아도 느껴지는 사랑이야기.
참 아름다와요.
바로 옆으로 지나가고 있었어요.
망원렌즈가 하나 있는데 해상도가 떨어져서 아무래도 올해 망원은 다시 장만해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