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지하철 4호선 회현역.
여느 지하철역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오가고,
어떤 사람들은 의자에 앉아 열차를 기다린다.
심심하고 무료하다.
그래서 잠시 상상력을 빌려온다.
머리 위를 보니 공사를 하고 있는지 천정을 모두 뜯어냈다.
형광등이 흰 알몸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난 그걸 깜깜한 하늘을 날고 있는 흰 발광체의 용이라고 생각한다.
용이란게 원래 화려하기 이를데 없지만
깜깜할 때는 빛을 내는 흰색 물체만큼 눈에 잘 띄는 것도 없다.
그러니 하늘이 깜깜하면 흰 용이다.
흰색의 용은 꼬리를 길게 끌며 순식간에
스치듯 낮게 날아 내 머리맡을 지나간다.
나는 멈칫 머리를 숙인다.
마침 지하철이 지나간다.
부르르 지하철역이 떨린다.
우르르 굉음이 온몸을 감싼다.
올커니, 구색좋다.
용트림이 따로 없다.
무료하고 심심한 지하철역에 잠시잠깐 흰색 용이 날았다.
꼬리를 길게 끌며 누구나 볼 수 있는 낮은 높이로 날았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용이 그만 무색해졌다.
무색해진 용이 무안했던지
그 자리에서 굳어져 다시 형광등이 되어 버렸다.
4 thoughts on “흰 용을 상상하다”
여기 올 때마다 제 엉뚱한 상상은 아무 것도 아니구나란 생각을 하게돼요. ㅋ
형광등이 되어버린 용 이야기,
오늘 결혼식이 있어서 지금 버스 터미널인데
조금 후에 부산에서 지하철을 타며
용을 찾아 관심을 가져봐야겠어요.
용이 그대로 쭉 날아가는지 계속 지켜봐야겠어요. 흐흣.
재미난거 발견하면 즉각 블로그에 올려주시길.
재밌는 상상입니다. ^^
가끔 제가 정신을 내보내고 세상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