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어른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4월 26일 서울 올림픽 공원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습니다.
막대기로 땅을 파며 놉니다.
작은 막대기만으로 금새 땅은 즐거움의 샘이 됩니다.
아이들은 세상을 즐겁게 만들어서 놉니다.
어른들은 모두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어디 먼 곳을 보거나 핸드폰의 문자판을 누릅니다.
아니면 아이들이 노는 것을 바라봅니다.
아이들이 놀 때 어른들은 세상을 바라봅니다.
어른들도 어렸을 때는
세상 모든 곳이 즐거운 놀이터였을 텐데
어른이 되면서 그 놀이로부터 밀려나 버렸습니다.

잔디밭에 들어가지 말라고 목책을 세우고 줄을 쳐두었습니다.
작은 아이 하나가 그 울타리로 걸어갑니다.
걸어간 아이는 줄을 잡고 위아래로 흔듭니다.
아이는 줄을 위아래로 흔드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아이는 줄 속에 즐거운 놀이가 있다는 걸 용케도 알아냅니다.
어른은 그 뒤에서 뒷짐을 지고 아이를 바라봅니다.
어른들도 어렸을 때는
세상 모든 것을 즐거운 놀이로 삼았을 텐데
어른이 되면서 그 놀이로부터 밀려나 버렸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4월 26일 서울 올림픽 공원에서

5 thoughts on “아이와 어른

  1. 오늘은 생각하게 하는 ‘산문시’ 같아요.
    적절히 반복되는 운율감 때문이려나요.
    저 역시 어느새 어른이 되어서 잘 놀지는 못 하고,
    대신 놀이터 가서 노는 아이들 구경하면 덩달아 즐거워요.

    1. 카메라를 갖고 다니면 뭐든 유심히 보게 되는 거 같아요.
      놓치는 장면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순간순간들을 담아둘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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