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번 정도 모이는 모임이 있습니다.
모임의 이름은 Finder입니다.
사진 모임입니다.
사진을 전문적으로 연구한다기 보다
그냥 사진을 즐기는 모임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카메라는 따지질 않습니다.
핸드폰 카메라도 환영받고,
똑딱이 카메라는 아주 준수한 편이며,
카메라 대신 바이크를 몰고와도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이 모임의 이름 파인더는 원래 카메라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창을 말하지만
영어 단어의 뜻을 그대로 쫓아가면 그것은 발견하는 사람이란 의미도 됩니다.
이 모임은 사실 사진이 있어 좋은 게 아니라
무엇인가 삶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에 좋습니다.
내가 발견한 것 중의 하나는
딸을 데리고 나온 아버지들입니다.
지난 해는 사이클론님이 딸 둘을 데리고 나왔는데
올해는 인건님이 동참하고, 또 맷슨님도 그 대열에 함께 했습니다.
말하자면 부부 동반이 아니라 아버지와 딸이 나란히 함께 나옵니다.
자꾸만 그 아버지와 딸이 눈에 띄는 것은
나와 같은 나이든 세대에겐 그게 익숙치 않으면서도,
아주 부러운 풍경이기 때문입니다.
내 기억에 의하면 우리 세대의 경우엔
아마도 어른들이 얘기를 나눌 때 아이의 처지는
“애가 어디 어른들 얘기하는데 끼어드니”라는
그 일반화된 말 속에 잘 요약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어른들이 얘기를 나눌 때면
아이들은 옆에 있어도 그 자리를 보장받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모임에선 절대로 그런 일이 없습니다.
어른들이 얘기를 나누다 아이들이 아빠를 부르면
즉각 대화의 높이를 낮추어 아이의 관심에 답합니다.
그럼 얘기가 몇 세대를 급강하하여 아이들 세계로 낮추어지지만
그러면서도 얘기는 그 높낮이를 오가며 아주 매끄럽게 흘러갑니다.
난 가끔 공원 같은데 갔다가 우는 아이를 만나곤 합니다.
그러면 그 부모가 애먼 나를 못된 사람을 만들곤 하는 경우를 당합니다.
“어디서 울고 그래. 빨리 안 그쳐. 안 그러면 아저씨한테 혼난다.”
아니, 내가 왜 남의 애가 운다고 혼을 냅니까.
그때마다 난 “얘, 나 절대로 너 안 혼낸다”고 초를 치고는 그 옆을 지나칩니다.
이 모임에선 아이가 울면 절대로 그런 일이 없습니다.
당장 달려가서 아이를 차분하게 달랩니다.
이 날도 태리가 넘어져서 울었지만 사이클론님이 아주 잘 달랬죠.
이러니 내가 갑자기 무섭고 못된 아저씨가 되는 수난은 이 모임엔 없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원하면 그때 그 곳을 떠납니다.
아이의 견해를 가장 중하게 여겨주죠.
아이를 데리고 나온 아빠들은 아이가 집에 가고 싶다고 하면
모임이 끝날 때까지 같이 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 하면서도
아이의 견해를 따라 집으로 발길을 돌리더군요.
보통 아이를 키우고 돌보는 것은 여자들의 몫인 사회에서
하루종일 아이와 같이 있다보면
엄마는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속박이 되고 맙니다.
아이가 속박이 되면 사랑을 갉아먹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아버지와 딸이 함께 모임에 나와 한나절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아마도 엄마에게 아이에 대한 사랑을 충전할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파인더라는 모임에 나갔을 때,
아버지와 딸의 모습에서 부녀 사이의 사랑을 넘어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엿보게 됩니다.
보통 지혜는 옛사람들에게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내가 보기에 지혜는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12 thoughts on “아버지와 딸”
다른 분들 사진이 많네요. 오랜만에 들어오니 (하긴 자주 들어오지도 못했네요) 여기 정말 eastman님 블로그 맞죠?
사람들 만나면서 요즘 젊은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즐거움을 느끼다 보니 사람들 얘기를 올리게 되었어요.
에궁~ 예쁜 아이들…^^
예쁜 아이들만큼이나 멋지고 아름다운 아빠들이지. 저 위의 두 분은^^.
그리고 이건 우리끼리 하는 얘긴데 당신은 더 멋진 아빠야!!!
나도 완전 옛날 구닥다리는 아니지.
파인더의 처음 작명할때가 잠시 생각 나서 픽~웃었습니다.
내가 만든 이름이 간택받지 못했거덩요^^:
파인더는 딸들을 사랑하는 아빠모임이 된것 같아 또한번 웃었습니다.
해리를 데려가면 꽤나 소란스러워 지겠다는 생각했네요.
좋은 아빠들 이십니다~
단순히 데리고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세심하게 놀아주는 것 같아요.
그런 건 몸에 배야 나오는 거기 때문에 평상시 모습을 짐작할 수 있기도 하구요.
그나저나 기회되면 딸을 데리고 나온 엄마로 한번 합류하세요.
한국에 돌아가서, 장가를 가더라도…
애기가 없어 파인더에 참석을 못할지도 모르겠어요.^^
아빠 노릇을 저렇게 하는 것이구나를 직접 봐 두셔야죠.
이만한 현장학습 장소가 없다니까요.
사실 남의 아이가 조금이라도 소리를 지른다거나 울면은 보기가 좋지않지요…
부모야 자기 자식위주의 시각에 젖어서 그런것을 못느끼지만 사람들 심리가 그렇죠..
마치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이스트맨님부부께서 항상 우리 아이들을 이쁘게 봐주셔서 그렇게 보인거 아닐까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
물론 그 날 여리, 태리엄마는 한나절 속편하게 … 어질러진 집안청소를 원없이 했다더군요… 그럴때 낮잠이라도 늘어지게 잘것이지.. ^^;;
지난 번 홍대입구에서 모였을 때, 여리 태리 데리고 나온 사이클론님 보고 forest님이 무척 감동 받은 것 같더라구요. 함께 잘 어울리는 아이들 보면 더 감동이구요. 그렇게 아이들 데리고 나오면 아이에 대한 아빠 사랑도 사랑이지만 그 너머로 아내 사랑이 함께 보여요. 아주 좋더라구요.
부녀간의 정이 두터운 젊은 세대의 아빠들이
마냥 부럽군요. 늦었지만 훌쩍 커버린 딸에게
듬쁙 사랑을 주면서 살고 싶군요.
선생님도 이들 젊은 세대들 못지 않게 따님하고 정겹던데요, 뭘.
저는 이들 젊은 사람들 만날 때마다 많은 걸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이제 곧 시간맞추어 덕소로 쳐들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