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면 강에 골이 지기 시작합니다.
마치 이랑을 파놓은 밭처럼
높낮이를 갖기 시작하는 거죠.
바람이 없을 때, 강엔 높낮이가 없습니다.
높낮이 없는 잔잔한 강에선
발을 재개 놀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여유롭게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죠.
하지만 그렇게 보내는 시간은 재미가 덜합니다.
높낮이 없이 내내 한음으로 흐르는 노래를 상상해 보면
금방 그 무료함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바람이 불면
강물이 높낮이를 갖기 시작합니다.
잔잔한 강은 음표들이 하나도 없는 텅빈 오선지 비슷한 것.
일렁대는 강은 음표들이 끊임없이 높낮이를 바꾸는 어지러운 음악 같은 것.
오리 네 마리가 그 음표를 타고 놉니다.
이 음표에서 저 음표로 건너가며
가끔 사이를 벌려 음과 음의 길이도 조정합니다.
음표에서 굴러 떨어지지 않으려면
발도 재게 놀려야 하고,
음이 흩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앞 오리와 어느 정도 줄도 맞추어야 합니다.
아마 오리가 발로 물을 밀어 뒤로 튕길 때마다
띠리링 마치 기타줄이 울리듯 강이 울리는 소리가 날지도 모릅니다.
바람이 불고
그리하여 강이 높낮이를 갖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오리들 몇몇은 줄을 지어 그 높낮이를 타고 내리며
음표 놀이를 하면서 놉니다.
6 thoughts on “물결과 오리”
이스트맨님의 오리사진을 보고, ‘오리가 떠났을 시기인데..’ 싶어서 검색을 하다 기사를 하나 읽었어요.
http://smile.khan.co.kr/community/sub_1.html?mode=view&art_id=200611160920421&dept=900306
그리고, 새들이 날아오는 시간에 천수만에 가보고 싶어졌네요.^^
철새들이 이동을 하지 않고
그냥 눌러사는 경우도 있는 것 같더라구요.
이날 가마우지도 봤어요.
천수만은 서너 번 갔었죠.
정말 철새들 풍경은 장관이예요.
근데 철새들 찍고 싶어서 500mm 렌즈 뽐뿌를 받게 되는 폐단이 있어요.
마지막 오리 반 음 정도 내려간 것 같어^^
세번째 오리는 완전히 한음으로 올리셨는데, 뭘
전 반짝이는 물을 보면 노랫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악기로는 오르골이 좋겠어요.
음표놀이하는 발랄한 오리떼~ ♬ 경쾌해져요.
물이 좀더 맑아지면 더 좋을 텐데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