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23일 홍대 입구에서
김세랑과 그의 바이크 “랩터”
그의 이름은 김세랑입니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어느 날 인사동에서 이루어진 번개 모임에서 였습니다.
내가 그를 만나기 전,
나에게 세상의 시커먼 색은 모두 검정이었습니다.
그날 그는 어느 가게에 들어가
나에게 우리나라 전통의 옻칠로 색을 입힌 여러가지 작품을 보여주더 군요.
그리하여 그날 나는 검정에도 깊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전통의 옻칠은 그냥 검정이 아니라 깊이를 갖춘 검정이었죠.
나는 검정이 필요하면 그냥 쉽게 검정색 물감을 손에 듭니다.
그렇지만 옻칠의 검정은 검정의 깊이를 얻기 위해
그 손쉬운 검정색 물감의 유혹을 뿌리칩니다.
옻칠은 알고 보면
편안한 일상의 유혹을 뿌리치고 얻어낸 깊이의 빛깔입니다.
그를 두번째 본 것은
홍대 입구에서 였습니다.
그날 그는 그를 아는 사람들에게서 이미 그 명성이 자자한
그의 바이크 “랩터”를 타고 나타났죠.
그날 그는 검은색 상의를 걸치고 있었습니다.
요즘 그의 블로그를 들여다보면
바지는 여전히 청바지를 즐기지만
상의는 검은색 옷들을 즐기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모습에서 일상을 벗어나고픈 일탈이나 자유를 보지만
나는 그를 처음 만났을 때의 인상 때문인지
마치 검정의 깊이를 갖추려는 옻칠처럼
그가 일상의 편안함을 내놓고,
대신 삶의 깊이를 얻고 싶어한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나도 가끔 그가 너무 튀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때면 나는 세상에서 그를 지우고 그가 없는 세상을 한번 상상해 봅니다.
그 순간부터 갑자기 세상의 재미가 절반쯤 푹 줄어 들어 버립니다.
그러면 나는 황급히 그를 복원시켜 우리의 세상으로 되돌려 놓습니다.
그 순간 그가 다시 랩터를 타고 세상을 질주합니다.
확실히 그가 랩터를 타고 달리는 세상이 더 살만한 세상입니다.
난 일탈이나 자유가
세상으로부터 벗어나고픈 욕망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자유는 어찌보면
우리들이 삶의 높이나 깊이에 도달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날개나 아가미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유의 날개와 아가미를 갖출 때,
우리들은 삶의 하늘을 더 높이 날고,
또 삶의 바다로 더 깊이 잠영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그의 바이크 랩터가 달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는 달릴수록
그날 내가 보았던 옻칠처럼
점점 더 깊어질 것입니다.
13 thoughts on “그의 바이크는 랩터라 불린다”
반가운 분들이 계시네요.
그의 바이크는 랩터라 불린다’
정말 뜻깊게 읽었습니다.
반가워요, 산타님. 산타님 맞죠?
오래전 이름을 쓰시니까 헷갈려요.
워낙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네요.
언제 세랑님 새사무실에서 모이면 그때는 얼굴 한번봐요.
깜짝 놀랬습니다. 분명히 Eastman님 블로그라고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세랑님이 계셔서… ^^
카멘님이 아내랑 살아가는 것도 예쁜 것 같은데… 언제 기회되어 내 눈에 띄면 여기에서 다루어질지도 몰라요. 난 예쁜 사랑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걸 글로 엮는게 취미거든요.
저도 잘 모르고 있던 제 모습을 하나 찾아 주신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합니다.
저는 그냥 쓱쓱 그린 스케치인데 남 주면 굉장히 좋아하던데, 그땐 그게 무에 그리 좋을까? 하고 생각하곤 했더니만 이런 느낌인가봐요^^
좋은 선물 하나 받은 느낌입니다.
괜찮으시다면 이스트맨님의 글을 제 블로그로 퍼가도 괜찮을까요?
당연히 되지요.
가끔 시인들도 그러는 걸요. 시를 쓴 자신도 모르는 시의 비밀을 제가 알고 있다구요.
언제 또 함께들 만나서 술 한잔 하자구요.
감사합니다^^
저 조만간 삼청동으로 작업실 이사갈 예정인데, 이사하면 초대하겠습니다~
그럼 또 자연스럽게 반가운 얼굴들 하고 모이게 되겠네요.
그때 봐요.
눈빛을 보면 또 어찌나 순수한지…ㅎㅎ
나도 저 랩터에 한번 앉아봤다우~~~
인터넷 덕분에 사람 관계가 더 넓어지는 것 같아.
요즘 세랑님은 랩터와 관련한 작업을 많이 하시나 봐요.
가끔 블로그에 놀러가면 라이딩슈트와 관련한 글이 제일 많이 올라오는 것 같아서요.
‘세기의 모터바이크’ 이런 주제로 세랑캐스트 스페셜, 하나 만들면 재밌을 것 같기도 한데…^^
예전의 전통적인 오프라인 세계와 달리 온라인 세계의 좋은 점은 사람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같아요.
세랑님 같은 분 만난 것은 아주 기분좋은 인연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