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가장 눈여겨 보며 다닌 꽃이 조팝나무의 꽃이 아닌가 싶다.
그냥 시골로 나가면 논과 밭의 가장자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지만
그동안은 이름도 챙기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곤 했었다.
이 꽃이 기억에 새겨진 것은
어느 해 봄 팔당의 두물머리에 갔을 때였다.
그곳의 공원은 한쪽 귀퉁이를 온통 이 꽃으로 치장해놓고 있었다.
조팝나무 꽃은 하얗게 폭포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 건 쉽지가 않았다.
올해는 가는 곳마다 이 꽃을 눈여겨 보며 다녔다.
무리지어 피어있으면 그냥 모두 뒤섞여 하얀 눈처럼 보이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하얀 설원의 대지에서 또 꽃이 떠오른다.
난 올해는 대체로 뭉뚱그려 하나로 보았던 그간의 눈을 버리고
시선을 그 작은 꽃 하나하나로 아주 가까이 가져갔다.
그래서 조팝나무 덤불을 만나면
한자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곤 했다.
내가 그렇게 조팝나무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이름의 유래나 식물학적 지식으로 바라보던 그 꽃에서 놀이가 보였고,
그리고 결국은 꽃과 눈을 맞추기에 이르렀다.
난 조팝나무를 만나면
꽃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꽃을 찾고 있었다.
조팝나무의 꽃은 무리지어 있으면 영락없는 눈이다.
그 눈에선 상큼한 향기가 난다.
조를 튀겨놓은 것과 비슷하다고 하여
원래 얻은 이름은 조밥나무였으나
그 이름이 조팝나무로 변형되었다고 한다.
꽃잎이 조처럼 자잘하다.
좀더 시선을 가까이 가져가면
우리는 조팝나무 속에서 또다른 모습을 만난다.
조팝나무의 꽃들은 그 하얀 세상에서
이렇게 하늘로 탑쌓기 놀이를 하며 놀고 있다.
요건 페어로 짝을 맞추어 코너를 도는
피겨 스케이팅의 한 장면을 떠올려도 좋을 것 같다.
줄기는 가늘지만
꽃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꽃은 아무리 많아도 무겁지 않다.
예쁜 꽃은 더더욱 그러하다.
조팝나무의 꽃은 예쁘다.
줄기는 때로 길이 되기도 한다.
꽃은 그 길을 따라 아래쪽으로 흘러 내려간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꽃이 줄기를 타고 올라가 오늘의 하늘이 어떤가 궁금해 하고 있다.
조팝나무는 장미과에 속한다.
처음 그 사실을 알고 나면 좀 의아하다.
아무래도 장미와 비슷한 점을 유추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가까이서 그 꽃을 들여다보면 그 아름다움은 장미에 못지 않다.
이제 조팝나무의 꽃은
누군가의 가슴에 걸어주고 싶은 펜던트가 되었다.
셋이 무리를 벗어나
가지끝에 자리를 잡았다.
이 정도면 한적하다.
내 시선이 그 셋을 오간다.
무리지어 있을 때
조팝나무의 꽃들은
내 눈 속으로 눈사태나듯 쏟아져 들어왔으나
셋이 호젓하게 있을 때는
나와 시선을 주고 받았다.
하지만 난 결국 가지끝으로 나온 꽃들 가운데
어느 하나와 눈을 맞추었다.
나는 올해 그 수많은 조팝나무 꽃들 가운데
어느 하나의 꽃과 눈 맞았다.
하나와 눈을 맞추자
꽃의 마음이 내 마음으로 건너왔다.
내 마음은 꽃의 마음으로 건너갔다.
11 thoughts on “조팝나무”
꽃을 좋아하는 평등공주입니다. ^^
조팝나무 좋아하는데 여기서 또 보게되네요.
동원님이 동원농장에서 담은 포도도 잘 보았습니다.
과일 중 제일 좋아하는 포도사진보니 입안이 새콤해지는 듯합니다.
동원님의 귀여운 글과 사진 잘보고갑니다.
동원님 글터에 자주 올 것같네요. 귀찮아하지마셔요.^^
여기에 아마도 꽃사진은 많을 거예요.
그리고 저야 들러주시면 영광이죠.
포도 얘기는 아무래도 가을소리님 블로그 얘기 같아요.
링크로 여행하셨다가 저라고 생각하신듯.
아무 때나 생각나면 들러주세요.
그때마다 반겨드릴께요.
오늘이 결혼기념일?
세상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군요.
어떻게 아셨지?
예쁜 저 펜던트 아무래도 내가 가져야겠다.^^
저번에 준 꽃목걸이랑 교대로 하고 다녀.
조팝나무 비슷하게 생긴 꽃들이 수퍼마켓 가는 길 중간에 한가득 피어있는데, 내일 꼭 확인해봐야겠어요.
조팝나무, 조팝나무… 이름이 왠지 끌립니다.^^
사실 아주 흔한 꽃이라서 많이 볼 수 있어요.
꽃목걸이가 바로 이 조팝나무를 찍은 거잖아요.
최근에 진주에 있는 ‘반성 수목원’을 갔어요.
어느 한켠에 이 꽃이 한가득히 피어있었어요.
‘떡조팝나무’라고 적혀있고, 가득히 흘러내리는 하얀 꽃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어 한참을 서 있었어요.
전 그 날 조팝꽃몽오리도 자세히 보면 별이 핀다는 걸 발견했어요.
의외로 꽃잎이 다섯인 꽃들이 많더라구요, 별처럼.
이제 봄꽃들은 다들 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