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물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4월 7일 서울 돈암동 현대아파트 뒤쪽 산자락에서

서울 돈암동 현대아파트.
처가댁입니다.
아파트 바로 뒤로 산이 하나 있습니다.
고대 뒤로 맥을 뻗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개운산의 일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파트가 자리한 곳도 원래는 산이었습니다.
산을 절반쯤 잘라내 아파트의 자리를 만든 것이죠.
산은 아래 자락을 잃어버리면
아무리 그곳에 아파트를 채워 주어도
그 허전함을 달래지 못합니다.
그래서 스르륵 그 자리로 내려앉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면 큰일납니다.
그래서 아파트와 산의 사이에 축대를 쌓고 콘크리트를 두껍게 발라두었습니다.
언감생심 그런 마음 먹지말라고 산의 입막음을 단단히 해두었던 거지요.
그리고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습니다.
세월은 잃어버린 아래 자락을 잊도록 해줍니다.
하지만 가끔 고개를 드는 아득한 옛기억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 옛기억의 무게가 자꾸만 쌓이자 축대에 작은 균열이 생겼습니다.
알고보니 잃어버린 아래 자락의 아픔은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작은 틈새에서 돌나물이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벌어진 틈새가 돌나물의 푸른 생명으로 가득 찹니다.
그 오랜 세월, 여전히 아물지 못했던 산의 아픔이
이제 그 작은 돌나물로 비로소 아문 듯 했습니다.

4 thoughts on “돌나물

  1. 돌나물이 돌틈 사이에서 나왔네^^

    아직은 산이 좀 남아있어서 다행이야.
    어찌나 꼭대기까지 고층 아파트를 지어놨는지…
    하긴 예전엔 그곳이 다닥다닥 붙은 무허가촌이었지.
    그걸 다 없애고 저 아파트를 지은거니까…
    내 어릴 적 추억은 단 한 개도 남지 않은 동네… 서울… 돈암동.

  2. 꽃삽 빌리런 간 집에서 아줌마가 “돈나물 가져갈래?”하며 몇 개 파주시더라구요.
    그래서 방울 토마토 심고는 위에 심어뒀어요.
    그런데 그 ‘돈나물’이 ‘돌나물’이었네요. ㅋ
    번식력이 강하다고 그러던데 저 콘크리트 사이로 쫙 피었으면 좋겠어요.

    1. 지방마다 다 틀린 것 같아요. 돌나물이 표준이라고 해서 그냥 돌나물로 했어요. 저는 돋나물로 알고 있었어요. 마구 돋아난다고 해서 돋나물이라고 하는게 보다 했었다는…
      아, 그리고 요것도 나중에 꽃이 피어요. 작고 노란 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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