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허리 – 감나무잎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5월 10일 우리집 마당에서
감나무잎

그녀는 푸른 몸매를 가졌습니다.
바람이 지나가면 그 푸른 몸매를 푸르르 흔들곤 합니다.
그녀가 몸을 흔들면 푸른빛이 푸르르 날립니다.
그녀가 햇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푸른 몸매를 뽐낼 때면
나는 항상 그녀의 뒤쪽으로 숨어들어 그녀의 몸매를 몰래 엿보곤 합니다.
오,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지 말아요.
앞에서 보면 초록이 너무 진해
그녀의 몸이 모두 가려진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뒤에서 보면 그녀의 몸은 햇볕을 3할쯤 머금고 한껏 투명해 집니다.
몸의 실핏줄이 모두 선명하게 그대로 드러날 정도죠.
심지어 몸매의 윤곽을 따라 가장자리로 잔털까지 다 보이곤 합니다.
그렇긴 하지만 그녀의 몸매가 그다지 눈길을 끄는 타입은 아닙니다.
몸매는 역시 허리가 들어가면서 굴곡을 가져야
허리의 윤곽선을 타고가는 재미가 있는데
그녀의 허리는 들어가기는 커녕 허리 부분이 몸에서 가장 굵습니다.
요즘 아이들 표현을 빌리자면 영 착한 몸매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그냥 밋밋하고, 그렇지만 편안한 느낌의 몸매랄까요.
그런데 오늘 그녀의 몸매를 훔쳐보려
그녀의 등뒤로 숨어들었다 깜짝 놀랐습니다.
그녀의 허리가 유려하게 휘어지고 있었으니까요.
그녀의 몸은 내 시선을 싣고
빠른 속도로 허리 부분을 향하여 그 깊이를 낮추는가 싶더니
곧바로 위로 솟구쳐 올랐습니다.
그 순간 내 시선은 균형을 잃고 말았습니다.
한마디로 아찔한 순간이었죠.
나는 그녀는 항상 허리가 그녀의 몸에서 가장 굵은 줄 알았는데
오늘 그녀의 허리는 아찔하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5월 10일 우리집 마당에서
감나무잎

6 thoughts on “그녀의 허리 – 감나무잎

  1. 밑에 사진요.
    정말 관찰력이 대단합니다.
    저렇게 선의 아름다움을 잡아내시다니요.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보고 또 보고 합니다.

    1. 예전에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사진을 찍을 때의 요령 같은게 나온 적이 있었는데 보이는 대로 찍는 것만 하지 말고 한번 뷰파인더로 들여다보라는 말이 있었어요. 아마도 이 사진이 그렇게 하여 얻어진게 아닌가 싶어요. 처음엔 그냥 S라인만 들어오고 사실 허리는 보이질 않았어요. 그런데 뷰파인더로 들여다보니 허리가 보이더라구요. 무려 한 100장은 찍은 거 같아요. 그중에서 하나 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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