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아니다보니
떡잎만 봐선 그게 자라서 무엇이 될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니까 세상의 모든 떡잎은 내 눈에는 그 미래가 열려있다.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가지 않고
그것을 내 멋대로 미래를 열어놓는 힘으로 이용해 버린다.
자라면서 잎이 나면 이제 그게 무엇인지 짐작이 가기 시작한다.
난 널리 알려진 꽃 몇가지는 잎만보고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챈다.
그런데 그게 봉숭아라는 것을 알고 나면
그것은 그때부터 봉숭아에 갇힌다.
봉숭아 이외의 다른 무엇이 될 수 있겠는가.
꽃이 피면 더더욱 봉숭아는 봉숭아에 갇힌다.
잎만 보고는 모르던 사람들도
꽃을 보고는 그것이 봉숭아임을 어렵지 않게 눈치 챈다.
그럼 봉숭아는 봉숭아꽃을 피우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을 꿈꾸기 어렵다.
떡잎을 보면 가슴이 설렌다.
떡잎의 미래는 항상 열려있기 때문이다.
무엇이나 꿈꿀 수 있는 시절.
아직 봉숭아, 채송화, 혹은 민들레에 갇히지 않은 시절.
그러니 꿈으로 가득찬 그 시절이 어찌 가슴 설레지 않으리.
하지만 어차피 살아가야할 삶이라면 갇혀있다는 생각은 별로 좋지가 않다.
난 생각을 바꾼다.
떡잎이 자라나 봉숭아에, 혹은 채송화에 갇히는게 아니라
봉숭아, 채송화가 되면서 드디어 꿈이 영그는 것이라고.
2층의 베란다 화분에서 꿈을 잔뜩 머금은 떡잎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이제부터는 모두 꿈이다.
올여름 그 꿈이 봉숭아꽃으로 피어나면
난 그 꿈으로 손톱에 꿈의 색깔을 물들일 거다.
그리고 그 꿈으로 겨울을 날거다.
4 thoughts on “떡잎”
떡은 어딨어? 잎은 있는데…ㅎㅎ
왼쪽이 떡이고 오른쪽이 잎이야.
떡잎의 꿈은 내실 있게 영글어가는 자연과 함께 커나가겠어요.
동원님네 떡잎이 왜 이리도 이뻐보이지요.
이러면 안 되는데, 눈 비비고, 머리 긁적이다 돌아갑니다.
예뻐보여 봤자 도루피님 아류예요.
왜냐하면 도루피님 떡잎 사진들에서 필받아서 찍은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