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쿨장미의 몽오리가 잡힐 때쯤
하늘에서 별들이 하나둘씩 사라졌습니다.
별은 수없이 많아서
별들이 사라진 자리는
아무도 눈치챌 수 없었습니다.
장미가 피면 항상 꽃만 마주했는데
어쩌다 등을 스치게 되었습니다.
그 별들, 어디로 갔나 했더니
꽃받침으로 위장을 하고 푸른 팔을 벌려
장미의 등 뒤에서 꽃을 안고 있었습니다.
어쩐지 장미만 피면
세상이 더욱 반짝반짝 빛나는 느낌이 들더니
그게 바로 그 때문이었습니다.
오호, 연인들이 장미를 즐겨 선물하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장미는 하늘의 별도 따다 주겠다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못할 일이 없을 것 같았던,
사랑하는 시절의 우리들 마음입니다.
그러니 꽃과 눈맞추며 그의 사랑에 빠져드는 한편으로
등뒤로 슬쩍 눈길을 돌려볼 일입니다.
장미의 등 뒤엔
그가 멀리 하늘에서 따온 별이 숨겨져 있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사랑하면
하늘의 별이 모두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기도 하지만
그때는 아마 은하수에서 별을 퍼올려
다시 온하늘에 하얗게 뿌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 그런 걱정 접고
하늘의 별이 마르고 닳도록
사랑하고 또 사랑해 볼 일입니다.
6 thoughts on “별과 장미”
동원님은 정말 대단한 관찰가 이세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진귀한 것을 발견하는 재주가 많으세요.
제 뒷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뒷 모습도 아름다움려면 ….괜히 반성해 봅니다.
그게 여행을 좀 가면 참신한 걸 찍어오는데 지금은 일이 밀려서 한 서너 달은 거의 집에서 지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평상시는 잘 들여다보질 않던 집구석의 여기저기를 들여다 보다 보니… 어쨌거나 며칠 뒤엔 등에 관한 얘기를 할까 생각 중이예요. 등에 관한 시 한편을 골라두었거든요.
꽃의 뒷부분이라… 신선합니다. ^^
장미가 뒷통수가 좀 근질근질했을 거예요.
여긴 정녕 ‘별다방’인대요. ㅋ
장미꽃이 밤에 보니 유난히 더 이쁘더니,
그게 다 이 별빛 때문이었나보아요~
이제부터는 미국 별다방 스타벅스보다 한국의 장미다방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