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4일 목요일, 부처님 오신 날,
사람들을 만날 일이 있어
가까운 퇴촌의 수청리로 나갔습니다.
팔당의 한강변 남쪽을 따라
양평쪽으로 가다보면 만나게 되는 곳입니다.
마을의 어느 집 작은 밭에 감자가 심어져 있었습니다.
강원도에서 자라서 그런지
감자를 보면 특히 더욱 반갑습니다.
감자는 싹만 보아도 알 수 있지만
감자꽃도 예쁘게 피어 있더군요.
감자밭을 지날 때,
감자꽃이 피어있으면 밭으로 몸을 낮추고
땅 가까이 귀를 기울여 보고 싶어집니다.
그러면 마치 땅속에서
감자의 꿈이 동글동글 익어가고 있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습니다.
땅속에서 영그는 것이 감자 말고도
고구마, 마늘 등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줄줄이 동글동글 영글기로 치면
역시 감자만한게 없습니다.
불에 익혀 먹었을 때의 그 맛도 그만이구요.
하지만 지상의 과일들과 달라
다 익을 때까지 그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
감자꽃이 필 때,
땅 가까이 귀를 대보고 싶은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아이를 가진 엄마의 배에 귀를 대고,
그 생명의 숨소리를 듣고 싶은 심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때로 우리는 그렇게 무엇인가를 귀에 가득 채우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등에 기대거나 품에 안겨
누군가의 숨소리를 귀에 가득채우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감자꽃이 피는 시절엔
감자의 꽃에 눈이 가는게 아니라
그 꽃의 아래쪽 땅으로 귀를 기울이고
감자가 익어가는 소리를 듣고 싶어집니다.
4 thoughts on “감자꽃”
그날 비만 안왔어도 배 탈 수 있었는데… 아쉽다…
그 배 타고 양평쪽으로 건너간다고 생각하면 참 아찔할 것도 같구…^^
어찌나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들인지… 그다지 변하지 않았더라.
모두들 세월이 비켜간 것 같어.
교수님도 사모님도 모두 그대로인 듯…^^
그날 나두 감자꽃 찍었는데…ㅎㅎ
비가 안왔으면 사진도 좀 많이 찍었겠지.
감자꽃을 이렇게 선명하게 보긴 처음이네요.
제가 감자를 좋아해서 감자 밭에 눈을 자주 주었어도
잘 못 보았는데요.
꽃이란게 아무래도 피었다가 지니까요.
감자는 위로 열매도 맺는 걸요.
물론 먹을 수는 없지만요.
저도 감자꽃을 몇번인가 찍으려고 했지만 제대로 핀 걸 찍은 건 올해가 처음이예요.
몇번 보기는 했는데 그때마다 카메라가 없어서 기회를 놓치곤 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