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군지 아시겠어요.
바로 당신의 집 마당을 뒤덮고 있는 넝쿨장미예요.
대부분의 장미가 그렇듯이
나에겐 가진 게 세 가지 있었죠.
하나는 색.
아주 타는 듯한 붉은 색이었어요.
그 붉은 색으로 당신 앞에 서자
당신은 시선을 내게 빼앗겼죠.
또 다른 하나는 향기.
그 진한 향기로 당신 앞에 서자
당신의 후각 세포엔 온통 내 향기 뿐이었죠.
그리고 당신을 위해 마련한 또하나가 있었지만
당신이 내게서 가져간 건 그 두 가지 뿐이었죠.
그 붉은 색의 꽃잎과 향기로 속깊은 곳에 감싸둔 내 마음이 있었지만
당신은 언제나 시선으로 나를 훑고, 후각 세포에 나를 담을 뿐,
내 깊은 곳의 마음은 들여다 볼 생각조차 없었어요.
마음이란 사람들의 일상과 같은 것.
잘 차려입은 옷의 맵시나 오랜 시간의 화장이 가져다주는 향기가 아니라
따뜻한 찌게를 덥히고 밥을 차려 그와 함께 먹는 매일매일의 일상과 같은 것.
그의 경우라면 저녁을 먹고 난 뒤,
차려준 저녁에 감사하며 매일매일 설겆이를 해주는 것.
그렇게 같이 밥을 먹으며 함께 살아가는 것.
마음이란 그런 일상과 같은 것.
난 나의 꽃술에 내 마음을 담아놓았지만
당신은 내 마음에 눈길 한번 주질 않았죠.
그래서 신경질이 날대로 난 나는
내 마음을 어느 날 내 곁을 지나는 벌과 나비에게 던져줘 버렸어요.
무정한 당신,
몇년째 꽃필 때면 시선은 온통 내게 빼앗기면서도
내 속 깊은 곳, 그 노란 마음은 하나도 모르는 당신,
그 마음은 가져갈 생각도 없는 당신,
마음은 온통 그녀에게만 두고,
그녀랑 십수년째 같이 밥먹으며 잘살고 있는 당신,
나는 그 당신에게 신경질이 날대로 나서
올해도 내 마음은 어느날 곁을 지나던 벌과 나비에게 던져줘 버렸어요.
8 thoughts on “장미의 사랑 2”
포토링에 어두운 사진을 올려, 밝은 빛을 찾아보았는데…
동네에 장미가 이렇게 없는 줄은 몰랐어요. -_-‘
내일 오후에 시간이 되면 동네화원에 가서 ‘찰칵찰칵’ 해 봐야겠습니다.
* 파는거 찍는다고 혼나면 안 될텐데요…
제가 사는 곳엔 가까운 곳에 화원들이 집단으로 있어요.
거긴 사진찍어도 아무 말 안하더라구요.
그런데 또 성남에 한 번 갔을 때는 화원에서 사진을 못찍게 하더군요.
저는 못찍게 하면 그냥 안찍고 마는 성격이라 그냥 찍으면 안되는 줄 몰랐다고 하고 나와 버려요.
저도 질투심 강한데 저 장미가 저를 닮았네요.ㅋㅋ(죄송해요.^^)
참..예전에 읽은 글에 사과꽃밭 가신다고 안하셨어요?
사과꽃이 참 예쁜데.
그게 양평 어딘가에 사과밭이 많다는데 한번 지나가다 보이면 들러보자, 그거죠 뭐.
사과꽃은 아직 본적이 없는 듯도 하고, 있는 듯도 하고… 충주에 갔을 때 사과밭을 무척 많이 본 것 같습니다.
동백꽃을 연상시키는 장미인대요.
꽃술이 질투로 활활 타 붉게 물들었네요.
흑흑, 장미한테 인기높은 건 사실 별 실속이 없어요.
아니, 쟤 왜이리 질투가 심해?
우리집 장미 맞어?
못된 것, 내가 어찌나 열심히 가꿔줬는데… 나를 시기하다니…ㅎㅎㅎ
난 인기가 너무 좋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