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사랑 5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6월 10일 우리집에서

장미는 갔습니다.
하지만 별을 남겨두고 갔습니다.
그렇지만 장미가 남겨둔 별마저 시들기 시작합니다.
아침 나절 다섯 갈래로 반듯하게 팔을 벌리고 있던 별은
오후에 올라가 살펴 봤더니
뜨거운 초여름 한낮의 태양볕을 이기지 못하고 심하게 뒤틀려 있었습니다.
아마도 내일이나 모레면 이제 별의 형체는 연상하기 힘들겠지요.
그럼 이제 장미가 남겨주고간 그 별에선 빛이 모두 바랜 느낌이 날 겁니다.
그 때가 되면 아무래도 크게 슬플 것 같습니다.
사랑이 떠난 자리는 아무래도 슬플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장미는 떠나면서 내게 소중한 말 한마디를 남겨놓았습니다.
장미는 자신이 남겨놓은 그 별마저 시들고 나면
그냥 조용한 밤에 장미 넝쿨 아래 앉아서
가만히 내 마음을 열어보라고 했습니다.
내 마음 속에 별 하나를 또 남겨놓았다더군요.
마음이란 바로 그런 곳.
나고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 그곳에선 영원이 되는 곳.
장미는 간 지 이미 오래지만
푸른 몽오리부터 붉은 꽃까지,
그리고 마당을 붉게 물들이며 떨어지던 꽃잎과 떠날 때 남겨놓았던 별까지
모든 것이 그 모습 그대로 영원이 되어 있는 곳.
그래서 사랑하는 날 우리들이 모두 들어가 몸을 눕히고
그 사람의 영원이 되고 싶어하는 곳.
바로 그 마음을 열어보라고 했습니다.
난 올해 넝쿨 장미의 꽃이 다지고 나면
어느 날 밤, 문득 장미의 사랑이 생각날 때면
넝쿨장미의 그림자 아래 몸을 묻고 조용히 내 마음을 열어볼 생각입니다.
장미의 말대로라면
아마도 내 마음 속에선 장미가 별처럼 반짝이고 있을 겁니다.
난 살다가 가끔 힘들 때면,
그때도 마당의 넝쿨장미 아래 서서 내 마음을 조용히 열어볼 생각입니다.
내 마음에 남겨놓고간 그 장미의 사랑은
아무래도 어떤 경우에도 나에겐 힘이 될 것 같으니까요.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6월 10일 우리집에서

4 thoughts on “장미의 사랑 5

  1. 동물원간 그날이후 친정일 도와드리느라 신경을 못썼더니 화초들이 시들시들해져서
    넘 깜짝놀랐어요. 오자마자 물을 흠뻑 주었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님은 갔습니다 싯구절 생각하니 너무도 슬픈 시였어요.
    왜 예전엔 아무 생각없이 님은 갔습니다 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하며
    외웠을까요.
    지금은 너무도 가슴아픈 시로 와닿고 눈물이 날것같은 시예요.
    이제 조금씩 인생을 알아가나봐요.

    1. 세상에 항상 채워지는 만남이 있을까 싶어요. 만나고 헤어지고 또 아쉽고 그러면서 사랑의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 어느 정도의 슬픔과 아쉬움이 오히려 삶을 삶답게 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2. 장미는 갔습니다… 그러니까
    한용운의 님은 갔습니다. 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하는 구절이 생각나는군.^^
    이 싯귀절도 다 외웠는데… 다 생각이 안나네.
    만날 때 떠날 걸 염려하듯 떠날 때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하던 구절은 확실히 기억나는데….
    오늘은 님의 침묵을 다시 들춰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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