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파라솔이 있습니다.
그 위에 넝쿨장미가 있습니다.
넝쿨장미 위엔 쨍한 오후의 햇볕이 가득합니다.
햇볕은 넝쿨장미를 그물침대 삼아 몸을 눕히고
한가롭게 오후의 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넝쿨장미가 가시로 콕콕 찔러보지만
햇볕은 영 감각이 무딥니다.
그저 약간 몸을 뒤척일 뿐
영 물러날 기세가 아닙니다.
햇볕이 점점 무거워집니다.
특히 오후의 강한 햇살은 그 무게가 보통이 아닙니다.
넝쿨장미가 햇볕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그림자를 슬쩍 아래쪽으로 내려놓습니다.
파라솔 위에 넝쿨장미가 내려놓은 나뭇잎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나뭇잎에게서 풀려난 그림자들은 오히려 즐겁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파라솔 위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잡으며 즐겁게 놉니다.
그림자는 절대로 파라솔을 미끄러지는 법이 없습니다.
그림자를 내려놓아도 햇볕은 여전히 무겁습니다.
그러자 넝쿨장미는 아예 나뭇잎을 몇개 아래로 떨어뜨리고,
장미꽃도 몇개 아래쪽으로 슬쩍 내려놓습니다.
보통은 파라솔의 사면을 굴러 마당까지 떨어지고 말지만
몇개는 파라솔 위에서 걸음을 멈추는데 성공합니다.
장미 넝쿨 위에 몸을 눕히고 있던 햇볕도
슬쩍 파라솔 위로 발을 내립니다.
햇볕이 발 한쪽만 내려도 파라솔 위는 더욱 환해집니다.
그러면 파라솔 위에 떨어진 꽃과 나뭇잎이
그 윤곽을 선명하게 세웁니다.
그 발길에 차이지 않을까 긴장해서 그럴 겁니다.
하지만 밑에서 올려다보는 나는 그 긴장의 윤곽이 재미나기만 합니다.
그 긴장의 윤곽이 하나의 문양으로 좀 오래간다 싶으면 바람이 끼어들어
떨어진 꽃과 나뭇잎을 한번씩 뒤집어 줍니다.
꽃과 나뭇잎은 햇볕을 걱정하다 바람에게 뒤통수 맞습니다.
햇볕 따가운 오후의 우리집 마당에선
파라솔과 넝쿨장미와 햇볕이 층층을 이루고
가끔 바람이 그 사이사이로 끼어들면서
빨갛게 물든 빛과 그림자의 시간이 흘러갑니다.
11 thoughts on “빛과 그리고 그림자”
흰 유리구두가 매혹 장미에게 자리를 내어주었군요.
정오에 떨어뜨리고 가는 유리구두글이 오늘은 없고,
낮에 올리신 흑장미 붉은 그림자 남아있네요.
사진이 강렬하게 이뻐서 자꾸 시선을 뺏겨선 글은 눈에 안 들어와요,
이대로 사진만 보다가 아무래도 다시 와서 읽어봐야겠어요.
일이 바빠서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워지고 있어요. 그래도 오늘은 자기 전에 하나 올리려구요. 붉은 색은 아무래도 색감이 강렬한 것 같아요. 색감만으로 많은 것을 전할 수 있는 색깔 같아요.
정말 그림같은 빛깔이에요.
멍하니 올려다 보다 카메라를 들이댔죠.
예뻐요~^^
저희집 마당은 화분들때문에 파라솔 펴놓을 공간이 없는게 아쉽네요.
그리고 고양이들.ㅡㅡ;; 동네 들고양이들이 저희집에서 숙식하고 있어요.
고양이 싫은데..옥상의 보일러실안은 완전 자기네 집으로 꾸며놨어요.
때려죽이진 못하고 쫒아내야하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근데 제가 아침에 옥상에서 빨래 널고 있으면 저만치 나란히들 서서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절 구경하고 있어요. 얘네들은 제가 신기하겠죠.ㅋㅋ
저희도 한때 고양이들이 들락거렸는데 개를 키우기 시작한 뒤로는 그 개가 고양이들 얼씬도 못하게 하고 있어요. 고양이나 개는 좋아하는 사람들 한테는 귀여울 거 같아요. 저는 동물은 다들 싫어해서…
하하하~ 가을소리님이 얼마나 고양이가 싫으면 때려죽이지도 못하고… 라고 말하실까…^^
고양이 얘기하니까 저희 신혼초에 셋방 살 때 생각이 나네요.
그 셋방집 지붕사이에 틈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느해 겨울에 고양이가 너무 울길래 쫓으려고 지붕에 가봤더니 그곳에 새끼를 낳았더라구요.
그래서 어떻게 새끼낳은 고양이를 쫓겠어요.
그렇게 한 겨울을 같이 지냈지요. 밤새 야옹 야옹거리면서~
거의 미치는 수준이었다지요….휴~
그래도 봄이 되니까 어미가 새끼들 데리고 이사가더라구요.^^
와~ 염색공예 이런 작품 같아요.
이런 사진과 글 보는 저희는 동원님께서 집 안에만 계시기에 얻을 수 있는 유익을 신나게 누리네요.^^
집 안에 계시나 카메라 들고 나가시나 여기 들어오는 사람들의 눈은 즐겁기만 합니다.
ㅎㅎㅎ
자꾸만 인생이 별거 아니란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냥 날좋은 날 파라솔 밑에 앉아서 나누는 대화 정도만 가끔 있으면 그것보다 더 윤택한 삶도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니까요.
뭐,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가까운 공원을 찾아가 나무 밑의 벤치에 잠시 앉았다 와도 괜찮은 거 같고.
이래서 인생이 오래살고 볼 일인지…
당신이 좋아하는 빨강색에 꽃그림자네^^
밑에 사진 참 좋다.
위는 색이 바랬는데 아래쪽에서 보면 색이 그대로 있어.
어디 나가질 못하니 집만 울궈먹는 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