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선합창단은 2022년 11월 9일 수요일 여의도 국회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시민사회 연대촛불 집회를 주관했다. 수요일은 원래 합창단의 연습날이다. 이 날 단원들은 연습 대신 집회에 참가했다. 때문에 보통 때보다 상당히 많은 인원이 모였다. 물반 고기반이란 말이 있는데 집회의 참가자 중 절반은 시위에 온 노동자들이었고, 절반은 합창단원이었다.
노동자들은 앞에 나서 노조법 2.3조를 왜 개정해야 하는지를 말했다. 집회를 알리는 구호가 “진짜사장책임법”과 “손배폭탄방지법”이라는 두 마디로 개정의 이유를 집약해놓고 있었다. 합창단은 노래로 그 뜻에 연대했다.
노래는 모두가 함께 부른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시작되었다. 노래는 현실을 말하면서 동시에 꿈이 된다. 노래 속에서 꿈은 “새 날”이라 일컬어진다. 그 새 날을 위해 우리가 해야할 일도 노래 속에 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으로 앞서 나가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노래가 말한다. 모두가 주먹을 굳게 쥐고 행진곡을 불렀다.
합창단이 무대로 나가 첫 번째로 부른 노래는 <영원한 노동자>였다. 전태일을 추모하여 만들어진 노래이다. 노래 속의 세상에서 현실은 “어둠”이다. 노동하며 살아가는 자들의 현실이 그렇듯 어둡다는 뜻일 것이다. 노래는 “눈부신 노동의 나라”를 꿈꾼다. 원청이 노사갈등의 해결을 책임지는 나라일 것이며, 파업했다고 어마어마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노조의 목을 조이는 악법이 없는 나라일 것이다. 두 번째 노래는 <상록수>였다. 노래 속에서 우리가 서 있는 현실은 “비바람 맞고 눈보라”치는 힘겨운 날들이다. 그러나 상록수는 자신이 서 있는 들을 버리지 않는다. 노래가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는 미래로 우리를 이끈다.
다시 노동자들의 얘기를 듣고 이어 합창단이 무대로 나가 또 두 곡의 노래를 불렀다. 집회는 노동자의 얘기를 듣고 노래가 그들의 얘기에 답하는 집회가 되어가고 있었다. 세 번째 곡이 흐른다. <우리라는 꿈>이었다. 노래 속의 노동자가 감당해야 할 현실은 견디면서 살아야 하는 삶이다. 심지어 그 세상에선 “저 바람도 견디고 있”고 “저 햇빛도 견디고 있”다. “하루치 노동”이 “하루치 눈물” 되는 세상이다. 그러나 노래는 “포기할 수 없”고 “멈출 수도 없”는 것이 우리들이라고 말한다. 노래가 흐르는 동안 “서로 맞잡아 꿈이되는 노래”로 우리는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공식적인 마지막 노래는 <민중의 노래>였다. 영화 <레미제라블>에 나와 한때 크게 유행을 탔던 노래이다. 노래 속의 우리는 “노예처럼 살” 고 있다가 그렇게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가 된다. 그리하여 “심장 박동 요동쳐 북소리 되어 울”린다. 노래는 그 노래의 끝에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예언하고 있었다.
이소선합창단이 공식적으로 마련한 노래는 모두 네 곡이었다. 하지만 예비된 한 곡이 더 있었다. 그 곡을 불러낸 것은 집회에 함께 한 사람들의 앵콜 소리였다. 합창단은 앵콜에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로 답했다. 노래는 민중과 그 민중의 단결이 있는 곳에선 “다가올 새 날”이 우리의 미래라고 말했다. 노래가 노래의 끝에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합창단의 노래가 끝났다고 노래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단결투쟁가>를 모두 함께 부르는 것이 집회의 마지막 순서가 되었다. 날은 저물어 있었지만 노래를 부르는 동안 잠시 “동트는 새벽”이었다. 날이 밝았을 때 “자유와 평등”의 나라가 우리 곁에 있었다. 그 세상의 자유에는 노조할 자유도 포함되어 있었다. 노동자들이 외치고 이소선합창단이 노래한 내일의 우리 세상이었다. 함께 부른 두 곡과 합창단이 부른 다섯 곡의 노래가 열고자 하는 세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