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현아의 소설 낭독 – 사물의 생애사

Photo by Kim Dong Won
2022년 11월 10일 서울 망원동 창비카페에서
배우 김현아

배우 김현아가 작가 최정화의 짧은 소설을 읽어주는 낭독회에 갔다. 2022년 11월 10일에 있었고 장소는 망원동에 있는 창비카페였다. 망원역의 1번 출구를 나가 왼쪽으로 방향을 잡은 뒤 조금 걷다 보면 골목 안쪽으로 창비 건물이 보인다. 창비카페는 창비 건물의 1층에 있지만 지하로도 이어진다. 낭독회는 카페의 지하에서 있었다.
대체봇이 우리 일상의 사소한 것들, 그러니까 쓰레기 버리는 일과 같은 일을 집안일을 대신해 주면서 사람들 만날 일이 없게 된 미래 사회를 말하고 있는 소설이었다. 소설 속 등장인물 중 한 명의 이름이 치였다. 이름 때문에 배우가 상당히 치치거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때문에 치치거릴 때마다 그 치치에서 못마땅하거나 섭섭하거나 아니꼬울 때 내는 소리와 사람 이름을 구별해내야 했다. 치는 아니꼬울 때 내는 소리로 와선 사람 이름으로 걸러지곤 했다. 그 약간의 시간차를 극복하기 위해선 치의 이름을 여러 번 들어야 했다.
소설은 내게 혼자 조용하게 눈으로 읽는 것이었지만 배우가 소설을 읽어주는 낭독회에선 잠시 소설이 듣는 것이 되었다. 하지만 목소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배우의 얼굴 표정이 있었고, 목소리에는 당연히 연기가 담겼다. 중간에 배우가 물한모금을 입에 물더니 입안에서 물들을 부추겨 우르르 소리를 내었다. 우르르 소리가 된 물들을 삼키고 난 후에는 잠깐 소리가 물들의 소리로 들렸다. 그렇게 배우가 읽어주는 소설을 보고 들었다. 연극으로 건너가기 전의 소설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낭독회가 끝난 뒤에 함께 간 일행들에 배우가 시간을 내주었다. 낮이 밤으로 바뀌며 조도를 낮출 때까지 망원시장의 두 곳을 전전하며 술을 마시고 얘기를 나누었다. 술자리에서 나는 김현아 배우에게 물어보았다. 묻기 전에 내가 미리 언급한 것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의 한 장면이었다. 연극의 연출자가 배우들에게 대본의 텍스트를 아무 감정없이 읽으라고 하는 장면이었다. 텍스트를 읽다 보면 그 텍스트가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하는 지를 알려줄 것이라는 연출자의 설명이 있었다. 나는 배우에게 만약 영화 속 연출자의 말이 맞다면 연기를 하는데 있어 감독의 역할을 없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배우가 말했다. 감독이 하는 일은 연기의 길을 밝혀주는 것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연극은 많은 요소들이 있어, 연출자는 그 모든 요소를 조율하는 지휘자와 비슷하다 했다. 연기는 내게 연극의 전부처럼 인식되어 있었으나 배우는 연기가 연극의 일부라고 알려주었다.
1차로 술을 마실 때 3차를 미리 계획했지만 3차까지는 가지 못했다. 1차와 2차가 너무 길었던 탓이다. 긴 시간을 채운 것은 자리에 같이 한 사람들이 나눈 얘기들이었다. 배우의 얼굴에 자주 연기같은 표정이 스쳐갔다. 배우와 함께 술을 마실 때 가장 신비하고도 좋은 점이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2년 11월 10일 서울 망원동에서
배우 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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