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민중의 노래가 된 어머니의 뜻 – 이소선합창단의 이소선 10주기 추모 음악 공연

Photo by Kim Dong Won
2021년 11월 13일 이소선 10주기 추모 음악 공연
서울 청계천 세운교

2021년 11월 13일 토요일, 이소선합창단은 청계천의 세운교에서 거리공연을 가졌다. 이소선 10주기를 맞아 마련한 추모음악의 자리였다. 하지만 준비한 노래는 이 땅의 노동자와 민중을 위한 곡들이었다. 아마도 그것이 평생을 노동자의 어머니로 사셨던 이소선 어머니의 뜻이기도 할 것이다. 공연은 오후 4시30분에 시작되었다.
가라앉았던 날씨가 공연 시간에 맞추어 많이 풀려 있었다. 날씨는 곧잘 우리의 마음이 된다. 비는 슬픈 마음을 대신해주고 천둥과 번개는 우리 마음의 분노가 되곤 한다. 풀린 날씨는 합창단의 노래를 맞이할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되어 있었다.
첫곡은 <천리길>이었다. 천리길은 먼길이다. 합창단은 그 먼길을 떠나는 걸음을 위하여 잠시 가을대신 봄을 불렀다. 범범범이었지만 내게는 그 소리가 봄봄봄봄이라고 들렸다. 그렇게 봄을 불러오는 것으로 노래가 시작되자 노래는 우리 앞에 펼쳐진 봄길이 되었고 노래를 듣는다는 것은 그 길을 가는 걸음이 되었다. 시간은 저녁으로 가고 있었지만 노래가 열어준 그 길의 끝에선 “새아침”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 번째 곡은 <사랑노래>였다. 노래엔 가슴을 털리면서 살아야 했던 노동자의 슬픈 사랑이 담겨 있었다. 그렇지만 노래는 그 노동자의 가슴에서 굳센 노래가 솟으리라 예언하고 있었다. 굳센 노래라고 했지만 나는 노래를 들으며 굳센 노래란 힘찬 노래가 아니라 아름다운 노래가 아닐까 생각했다. 노래가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노래는 아름다운 것이 가장 굳세며 슬픈 사랑으로 멍들면서도 살아가고 있는 이땅 노동자의 삶이 그렇다고 내게 말해주었다.
<설거지>를 들었고, <이름>이 이어졌다. 이름의 주인공은 이 땅의 노동자이다. 노동하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이 노래의 주인공이었다. <진군의 노래>에 이어 <춥고 배고프다는 말>을 들었다. <춥고 배고프다는 말>은 이 땅의 이주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현실과 아픔을 노래한 곡이다. 노래는 알토가 시작했다. 노래가 낮은 음으로 이 땅의 낮은 곳을 찾아가고 있었다. 연습할 때 지휘자 임정현은 이런 말을 했다. 마음 속에 애절함을 갖추면 성대가 따라준다고.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단순히 음정과 박자를 지키는 기교가 아니라 마음을 노래에 담는 일이었다. 이주노동자를 생각하며 알토의 낮은 음으로 그곳을 찾았던 노래에 소프라노와 테너, 베이스가 모두 음을 합쳤고, 낮은 곳은 음의 부력으로 우리 앞에 떠올랐다.
<우리라는 꿈>과 <그날이 오면>을 불렀고, 마지막 곡은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가 장식했다. 공연이 모두 끝났을 때 젊은 커플 한쌍이 합창단에 다가와 마지막으로 부른 노래의 제목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제목을 알려주며 살펴본 젊은 커플의 눈에서 노래의 감동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노래도 감동이었지만 노래에 감동한 사람의 눈빛도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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