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뻘밭을 걸어가자
그녀의 무게를 고스란히 안고
뻘밭에 그녀의 발자국이 새겨집니다.
멀리서 바닷물이 밀려오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밀려온 물이 빠지고 나면
그녀의 발자국은 깨끗이 지워져 있을 겁니다.
-왜 그녀의 흔적을 그렇게 남김없이 지워버리는 거니?
밀려오는 바다에게 퉁명스럽게 물었습니다.
바다가 말했습니다.
-지우는게 아닌데요, 그녀의 자취를 내 가슴에 품는 건데요.
가끔 그녀가 슬플 때가 있습니다.
내게서 그녀의 자취가 깨끗이 지워져 버린 느낌이 들 때가 그때 같습니다.
그런 날이면 그녀를 데리고 바다를 찾아가겠습니다.
아마도 바다가 일러줄 것 같습니다.
그녀의 무게와 자취는 지워진 것이 아니라
내가 가슴깊이 품었다는 것을.
2 thoughts on “발자국과 바다”
신발 다 젖으셨겠어요, 아무래도 뻘 밭 저벅저벅 걸어 파도 있는 물가까지 가신 듯.
여긴 잔뜩 찌푸린 회색 빛 하늘이에요.
거기다 검은 바다의 잔잔한 물결이 맘을 차분히 가라앉혀주네요.
서해 바다의 전형적인 빛깔이죠, 뭐.
그런데 저런 빛깔의 바다를 보니까 동해가 마구 보고 싶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