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과 바다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6월 19일 영흥도 장경리 해수욕장에서

그녀가 뻘밭을 걸어가자
그녀의 무게를 고스란히 안고
뻘밭에 그녀의 발자국이 새겨집니다.
멀리서 바닷물이 밀려오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밀려온 물이 빠지고 나면
그녀의 발자국은 깨끗이 지워져 있을 겁니다.
-왜 그녀의 흔적을 그렇게 남김없이 지워버리는 거니?
밀려오는 바다에게 퉁명스럽게 물었습니다.
바다가 말했습니다.
-지우는게 아닌데요, 그녀의 자취를 내 가슴에 품는 건데요.

가끔 그녀가 슬플 때가 있습니다.
내게서 그녀의 자취가 깨끗이 지워져 버린 느낌이 들 때가 그때 같습니다.
그런 날이면 그녀를 데리고 바다를 찾아가겠습니다.
아마도 바다가 일러줄 것 같습니다.
그녀의 무게와 자취는 지워진 것이 아니라
내가 가슴깊이 품었다는 것을.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6월 19일 오이도 갯벌에서

2 thoughts on “발자국과 바다

  1. 신발 다 젖으셨겠어요, 아무래도 뻘 밭 저벅저벅 걸어 파도 있는 물가까지 가신 듯.
    여긴 잔뜩 찌푸린 회색 빛 하늘이에요.
    거기다 검은 바다의 잔잔한 물결이 맘을 차분히 가라앉혀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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