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 공연 갔다 왔다. 올림픽공원의 핸드볼 경기장에서 있었다. 2022년의 12월 11일 오후 5시에 시작되었다. 공연 시간은 두 시간으로 예고되어 있었지만 끝나고 확인한 시간은 8시였다. 세 시간의 시간이 마치 10분처럼 훌쩍 지나가 버렸다. 내 취향의 음악이 락이란 것을 다시 확인한 시간이기도 했다.
공연장으로 가는 길에 가로등에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가 해골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해골을 들고 나오진 않았다.
공연의 1부 음악을 들으면서 자우림의 음악이 많이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노래는 쏟아져 나오는 눈물같기도 했다. 때로 삶의 슬픔을 노래로 쏟아내고 그 노래에 환호하면서 우리가 슬픔의 강을 건넌다. 그것을 일컬어 우리는 공명이라고 한다. 우리는 공연장에선 따로 있지 않고 노래를 공집합 삼아 서로 만나고 그 공명 속에서 삶을 극복한다. 그래도 2부에선 음악이 많이 밝아졌다. 공연의 마지막에선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많이 뛰었다. 나도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앉아 있으면 아무 것도 보이질 않았다.
자우림의 공연에서 김윤아는 여신이었다. 실제로 여신 강림이나 다름없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자우림의 노래 “일탈”은 김윤아의 목소리로 시작되질 않고 관객들의 떼창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의 떼창을 들은 김윤아는 관객들의 노래가 잘 부르기는 하는데 너무 예쁘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김윤아는 분노를 섞어서 노래를 부르자며 같은 가사를 세 번이나 반복했다. 여신은 분노에 불을 질렀다. 그리고는 관객들의 노래에 만족해 했다.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가 세상의 악인들은 모두 지옥으로를 새해 소원으로 빌 때는 그 악인 중에 윤돼지를 떠올리며 그의 등을 지옥으로 밀었다. 부디 음악의 힘으로 그 소원이 이루어지길.
사진은 못찍게 되어 있지만 공연의 앵콜 시간에 온갖 포즈로 사진 촬영 시간을 주었다. 티나 터너의 공연을 보면서 음악은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음악 속으로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행위가 아닌가 싶었는데 김윤아는 내가 보기엔 거의 티나 터너급이었다. 나는 그의 노래 속으로 내내 빨려들어갔다. 간만에 즐긴 락필 충만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