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과 수건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6월 26일 우리집에서


매일 일상의 한가운데서 살아가면서도
일상을 무심하게 흘려보냅니다.
아마도 매일 아침 세수할 때 얼굴의 물기를 닦아내는 수건도
무심하게 흘려보내는 일상의 동반자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끔 블로그를 순례하다가 그렇게 흘려보내던 일상을
마치 여행지에서 생전 처음보는 풍경처럼
아주 새롭게 마주하게 됩니다.
가을소리님 블로그에 들렀을 때 바로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댓글의 대화를 엿듣는데 이렇게 얘기를 하시더군요.
“햇볕 냄새가 날 정도로 바싹 마른 수건을 개어서 넉넉하게 쌓아둘 때가 기분이 최고.”
오호, 수건은 마르는 것이 아니라
날 좋은 날,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볕이 가득 배는 것입니다.
햇볕이 가득 배면 수건의 느낌이 금방이라도 부서질 정도로 바삭바삭해집니다.
2층에 올라가 보았더니
실제로 베란다에서 수건들이 햇볕에 몸을 내놓고
그 투명한 빛을 맘껏 호흡하고 있었습니다.
걷어서 하나하나 갠 뒤 차곡차곡 쌓아보았습니다.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마 빨래한 뒤, 볕좋은 날 바깥에 내걸고,
햇볕을 듬뿍 머금은 갓 걷어온 옷을 입었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볕 좋은 날엔, 바깥에 내건 수건에, 빨래한 옷에, 햇볕 냄새가 가득 담깁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6월 26일 우리집에서

11 thoughts on “햇볕과 수건

  1. 볕 좋은 날에 말린 수건의 막 개고 난 후의 향기가 나는 것 같아요.
    요즘은 장마철이라 눅눅, 쿰쿰하죠. =_=
    살랑살랑 바람 따라 휘날리는 빨래보면 일상이 신나져요. ♪

    1. 살림이 많은 것을 보여주기도 할 것 같아요.
      살림을 안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빨래, 청소, 음식, 육아, 남편을 기다리는 저녁 같은 그런 주부의 일상에 큰 재미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더라구요.
      내가 자주가는 한 블로그도 어떤 신혼초의 처자가 작은 일상들을 보여주는데 그거보고 있노라면 남편이 참 재미날 것 같아요. 그 블로그는 남편이 12시 넘어 들어오는 날, 남편기다리다가 문 걸어담그고 자겠다는 협박도 있었는데 특히나 그런게 재미났어요.
      어떻게 보면 일상은 생각처럼 그렇게 지겹지는 않은 듯 합니다.

  2. 처음 들립니다.
    수건을 저렇게 햇뱉에 말려서 개어놓은 것이 나하고 비슷합니다.
    뽀송뽀송한 감촉에 햇볕 내음이 나는 것으로 기억됩니다.
    지금 장마철이라 모든 것이 눅눅하기만 하네요.
    앞으로 가끔 사진을 보러 오겠습니다.

  3. 저도 저렇게 수건은 개는데 똑같네요.^^
    아마 가족들도 그렇게 햇볕 냄새나는 보송보송한 수건을 쓰며
    행복을 느끼리라 생각해요. 물론 자신도 모르게.^^
    아~수건이 바싹 말라서 행복하구나~하진 않을거아녜요.^^

    1. 한번 마르는 걸 보고, 걷어다 개보면 행복감이 더 커지는 것도 같아요.
      그렇지만 요런 얘기는 후유증도 있어요.
      앞으로 빨래는 항상 나보고 개라고 나온다는…

    2. 그야… 햇볕 냄새 뽀송뽀송한 거 맡으면서 행복하라는 얘기지…
      나야 뭐 워낙 많이 해서 당신도 좋은거 해주고 싶어서 그렇지…^^
      굳이 싫다면야 시킬 필요없지만 당신의 행복지수 올려주고 싶은 마음에…ㅎㅎ

      또 나보고 하라고 해도 굳이 마다하진 않겠어.
      왜냐면 나는 수건 뽀독뽀독한 거 만지는 거 워낙 좋아하니까..ㅋㅋㅋ

  4. 정말 그래요.
    저도 바싹 마른 수건을 개어서 넉넉하게 쌓아둘 때가 아주 흐믓하거든요.
    그게 햇볕냄새를 가득 담아서 그렇군요.
    특히 헹굼제를 넣지 않고 빨아 말린 수건은 빳빳하고 까슬까슬한게
    닦을 때도 정말 상쾌한 느낌이 들거든요…^^

    1. 개어놓으면 심지어 빛이 피어나듯 부풀어 오른다는 느낌도 드는 것 같습니다.
      젖은 수건에는 없는 탄력 같은게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꾹 찔러보기까지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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