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꽃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6월 30일 양평 대석리에서
담배꽃

세월따라 변하는게 세상이긴 하지만
그게 도시의 일인줄만 알았는데
가끔 고향에 내려갈 때면
변화는 그곳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내 고향은 영월 읍내로부터 40여리나 떨어져 있어
변화와는 무관할 것 같은데도 그렇질 않습니다.
내가 살던 시절엔 기와집이 네 채나 있었는데
지금은 한 채도 남아있질 않습니다.
그중 한집은 도가집, 또 한집은 도위원네집으로 불리곤 했었죠.
또 한집엔 그 집에 있었던 디딜방아가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지금은 한채도 없습니다.
그렇게 사라진 것들 중에 담배 곳간도 있습니다.
한해 내내 텅텅 비어있다가 담배를 찔 때만 속을 채우는 곳간이었죠.
그러다 어느 해부터 담배 농사가 사라지고,
담배밭도 구경하기 어려워지더군요.
양평의 한 마을을 지나다 담배꽃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릴 적 마을에 여섯 개는 넘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담배 곳간이 생각나더군요.
거리를 거닐다 보면
담배 안피는 사람을 피해가기 어려울 정도로 담배피는 사람들은 많은데
그 많던 담배 곳간과 담배밭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담배야 안피는게 좋은 거지만
담배꽃을 보니 어렷을 적 밤새도록 불을 지피며 담배잎을 찌던
담배 곳간의 시절이 불현듯 생각났습니다.
길옆의 담배꽃은 그때나 지금이나
분홍잎 고운 웃음을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6월 30일 양평 대석리에서
담배잎

14 thoughts on “담배꽃

    1. 냄새는 담배 비슷한 냄새가 난다고 보면 되요.
      잎에 손을 대보면 약간 끈적한 느낌도 나고
      담배밭을 한번 지나고 나면 무슨 진액같은 것이
      시커멓게 묻어나기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꽃잎의 수는 잘 모르겠어요.
      방문 감사드려요.

  1. 저희 시골도 담배농사를 조금 지었어요.
    덕분에 제 키보다 큰 담배밭 사이를 돌아다니면
    보이지도 않는곳에서 똑.. 똑.. 담뱃잎 따는 소리만 들리곤 했지요..
    미숫가루나 막걸리 그런걸 들고다니며 할아버지가 어디 계신지
    할머니가 어디 계신지 찿아다니던 생각이 나네요..
    또 담뱃잎 말리는 하우스 안은 어쩜 그리 더운지..
    그래도 할머니 할아버지를 꼭 따라다녔던 기억이 나요.

    1. 지금은 담배를 찌는 시설이 전기로 하는 아주 작은 시설로 바뀐 것 같더라구요.
      예전에는 흙으로 벽을 발라 만든 커다란 집이었고, 마치 도자기를 굽듯이 불을 때서 담배를 쪄냈었죠.
      그 곳간의 벽에 걸쳐진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놀았던 기억도 있어요.
      가끔 강원도 가다보면 남아있는 담배 곳간이 있는 곳도 있더라구요.
      그 담배 곳간이 사진발은 아주 잘 받아요.
      마치 염전의 소금창고 같은 분위기랄까.

  2. 시골갈 때마다 저것이 담배다 하고 갈켜줘서 보기는 했지만 꽃은 첨 본 것 같어.
    꽃은 정말 너무 예쁘다~
    근데 그 근처에 가니까 냄새가 아주 고약하더군.
    그 냄새 땜에 가까이 가고 싶지 않더라…^^

    1. 정말 담배 냄새 나더군.
      나에겐 어릴 적 추억이 서린 꽃이라 눈길이 가는 것 같아.
      사실 담배의 추억이 아니라 담배찌며 그 불에 감자랑 옥수수랑 구워먹던 추억이라고 해야겠지. 난 얻어먹던 처지라 더더욱 침을 삼키며 먹고 싶었지.

    2. 난 그게 담배냄새인 줄 모르고 웬 고약한 시궁창 냄새냐고 했더니
      옆에 계신 할머니가 담배잎에서 나는 냄새라고 알려주시더라.

      담배찌면서 그 불에 옥수수랑 감자 구워먹었구나.
      그런 추억이 담배꽃을 보면 생각나게 하지…^^

      담배찔 때도 냄새가 고약했을텐데… ㅎㅎ

    3. 담배 찔 때는 아무 냄새도 안나.
      잘 말려낸 담배잎은 색깔이 노릇한게 보기에 좋지.
      냄새도 달짝지근 했던 기억이야.
      그걸 등급별로 나누어서 몇개의 잎을 하나로 모은 뒤 담배잎 하나로 줄기쪽의 한쪽 끝을 말아서 묶어주지.
      여간 손이 많이 가는 일이 아니었어.

  3. 담배꽃이 꼭 분꽃같이 생겼네요!!
    저라면 봐도 몰랐겠어요~
    마음속 식물 도감에 찍어 넣어 두겠습니다!
    이스트맨님 산골 소년이셨나 봅니다. ^^::

  4. 저희 친정도 제가 중학교 다닐땐 담배농사를 지었어요.
    저렇게 보면 커다란 잎이 싱그러워보이지만 실상은 잎의 진뜩거리는 느낌이
    무더운 여름날 무지 불쾌하죠.
    그런잎을 따다가 엮어서 줄줄이 비닐하우스에 걸어 말렸는데
    동생들이랑 저는 엮는 일을 도왔죠. 물론 용돈을 받으면서.^^
    한줄을 엮을때마다 용돈이 올라가므로 우린 서로 누가 더 많이 하나
    경쟁하며 재밌게 일을 도운 기억이나요.
    새참이라고 아빠가 사다주시는 아이스크림도 무지 맛있었고.^^

    1. 저희는 농사를 지은 기억은 별로 없고, 옆집의 일을 거들었던 기억이예요.
      담배잎에서 나온 진액은 색깔도 검은색이었죠.
      담배 곳간에 불을 때며 그 불에 구워먹던 감자와 옥수수는 정말 맛있었어요.

  5. 담배를 피웠을 때에도 저 담배꽃처럼
    곱고 이쁜 분홍빛 향긋한 향기가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전 담배 피는 사람이 앞에 걸어가면
    두두두두두 달려서 앞질러 걸어가요.
    신호등에서 옆사람이 담배를 피면
    슬큼슬큼 걸어 멀리 가버린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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