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의 오월, 그리고 오늘의 오월 – 이소선합창단 2022년 정기공연 오월의 노래

Photo by Kim Dong Won
2022년 5월 21일 이소선합창단 정기공연 기념 사진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

이소선합창단이 공연을 했다. 정기공연이다. 2019년에 가지려고 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연기되었던 공연이기도 하다. 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과 꾸준히 연대해온 이소선합창단의 노래가 2022년 5월 21일 토요일, 건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광진구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을 채웠다.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객석을 노래로 채우는 일이기도 하다. 합창단의 노래는 5월을 오늘로 불러왔다. 노래를 한 시간이 5월이지만 5월을 불러왔다고 한 것은 그 5월이 80년의 오월이기 때문이다. 그해의 오월에도 “봄볕 내리는 날”이 찾아 왔지만 노래는 신군부가 민주 세상을 요구한 광주 시민들을 군화발로 짓밟고 권력을 찬탈해간 그해 오월의 봄이 죽음의 봄이었다고 알려준다. 첫 <오월의 노래>는 그 오월의 죽음을 사랑으로 껴안는다. 그러나 그 사랑은 한편으로 그 날의 잔혹했던 일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기도 하다. 노래가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솟네”라고 노래하는 이유이다. 가장 놀라운 점은 죽음이 끝이 아니란 것이다. 합창단이 <오월, 다시 여기에 살아>를 부를 때 우리는 “오월의 봄볕”을 다시 경험한다. 한때 죽음이었던 그 시간이 다시 살아나 이제 우리의 앞에서 찬란한 봄이 된다. 노래는 그런 봄의 부활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싸워왔다고 전한다.
오월을 노래하며 봄볕을 찬란하게 되살린 노래는 이번에는 여수로 간다. 노래 <여수여라>가 그리하여 여수 순천 반란 사건 때 억울하게 희생된 민간인들과 부당한 명령에 저항하다 죽어간 군인들의 영혼을 위로한다. 그 위로가 끝나자 <명태>가 흘렀다. 나라를 위해 싸우다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쓰러진 젊은 학도병들을 그 노래가 위로했다.
<춥고 배고프다는 말>이 객석에 채워질 때 노래를 듣는 사람들은 이땅에 와서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만난다. 듣는 이들은 노래의 손에 이끌려 “문을 열면 봄이 왔는데 이곳은 아직도 추워요”라는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설거지>가 흘러나올 때쯤에는 노동자로 살아가는 일이 “나를 우겨넣는 날들이 설거지처럼 쌓”이는 이땅 노동자의 현실을 보게 된다. 그러나 노동자는 놀랍다. 그런 현실 속에서도 “내일은 조금 다른 몸부림으로 일어나야지”라고 하며 몸을 일으켜 세운다.
<이름>은 지휘자인 테너 임정현이 불렀다. 그 이름의 주인공은 노동자이다. 노래는 미래를 그 노동자의 이름으로 채운다. 그가 이름을 부를 때 무대로 합창단원들이 걸어들어왔다. 단원들이 마치 쏟아져 들어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도도한 물결처럼 밀려들고 그리고 노래 <이름>은 다 함께 부르는 노래가 되었다.
마지막 곡은 <우리라는 꿈>이 장식했다. 노래가 채워질 때 사람들은 오늘은 하루하루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 이 땅 노동자의 현실을 만난다. 노래는 현실이 우리들을 주저 앉히려 하지만 노동자들이 우리라는 꿈으로 연대할 때 어떤 현실도 우리들을 주저 앉히지 못할 것이라고 알려준다.
본공연이 끝났다고 노래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앵콜곡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첫 앵콜곡은 <천리길>이었고, 두 번째 앵콜곡은 <대결>이었다. 두 곡의 앵콜곡을 부르고 나자 객석에서 도대체 앵콜곡이 몇 곡이나 준비된 것이냐고 물었다. 지휘자 임정현은 이소선합창단의 공연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면 그때서야 끝난다고 말했다. 아직 임을 위한 행진곡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가 세 번째 앵콜곡이 되었다.
공연의 마지막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었다. 객석의 사람들이 모두 의자를 버리고 몸을 세웠다. 손은 주먹을 쥐고 있었다. 무대와 객석이 모두 함께 부르는 노래가 이소선합창단 정기공연의 마지막이었다. 모두 노래로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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