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비가 내리더니
오후 늦게 비가 그쳤습니다.
마당으로 나가 보았더니
해가 서쪽 하늘로 절반쯤 몸을 눕히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저녁 가까이 완연하게 기울면
햇볕은 집주변의 높은 건물에 발목이 걸려
우리집 마당까지 걸음을 들여놓지 못하고 맙니다.
하지만 비가 막 그쳤을 땐
햇볕이 건물들을 성큼 타넘어
마당 깊숙이 걸음을 들이밀고 있었습니다.
은행나무의 아래쪽으로 낮게 엎드린 잎들까지 빛이 환했습니다.
앞에서 정면으로 마주했더니
은행나무 잎에 진한 초록이 가득입니다.
슬쩍 돌아가 뒷모습을 엿보았습니다.
뒤에서 엿보니
잎엔 투명한 햇볕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앞에서 보면 매일 보던 잎이었고,
뒤로 서면 빛을 품은 속이 보였습니다.
가끔 사람을 마주할 때도
앞과 뒤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앞에 서면 그 사람의 오늘이 보이는데
뒤에 서면 마치 그 사람이 짊어진 삶이 보이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난 항상 그 삶이 무거워보여 뒷모습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는데
오늘 은행잎의 뒷모습과 그 속풍경은 보기에 좋아서
한참 들여다 보았습니다.
6 thoughts on “앞과 뒤”
앞에서 비지땀 흘려 뒤에서 빛을 본 은행잎이네요.
세상사가 다 이렇게 순리대로 되면 참 좋을텐데 말예요~
전 개인적으로 느낌 있는 뒷모습 좋아해요.
때론 뒷모습은 그 사람이 말하지 않는 것까지 보여주는 듯도 하구요.
ps, 동원님, 생일 축하드려요, 무척이나.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고, 좋은 글도 많이 적으시기를요.
고마워요.
작년에는 생일을 핑계로 동생들한테서 렌즈를 하나 얻었는데 올해는 딸과 그녀가 깜짝 파티를 해주네요.
사람의 앞뒤 얘기하시니까 난 왜이리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일까 생각하게되네요.^^
엇, 저도 그런데…
사람은 앞 뒤가 같은 사람이 최곤데…
나뭇잎은 앞과 뒤가 달라도 멋지구려~~~
앞뒤가 같다고 하니까 갑자기 뒤에도 눈달린 사람 생각이 났다는… 아고,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