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과 뒤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7월 4일 우리집 마당에서

하루 종일 비가 내리더니
오후 늦게 비가 그쳤습니다.
마당으로 나가 보았더니
해가 서쪽 하늘로 절반쯤 몸을 눕히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저녁 가까이 완연하게 기울면
햇볕은 집주변의 높은 건물에 발목이 걸려
우리집 마당까지 걸음을 들여놓지 못하고 맙니다.
하지만 비가 막 그쳤을 땐
햇볕이 건물들을 성큼 타넘어
마당 깊숙이 걸음을 들이밀고 있었습니다.
은행나무의 아래쪽으로 낮게 엎드린 잎들까지 빛이 환했습니다.
앞에서 정면으로 마주했더니
은행나무 잎에 진한 초록이 가득입니다.
슬쩍 돌아가 뒷모습을 엿보았습니다.
뒤에서 엿보니
잎엔 투명한 햇볕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앞에서 보면 매일 보던 잎이었고,
뒤로 서면 빛을 품은 속이 보였습니다.
가끔 사람을 마주할 때도
앞과 뒤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앞에 서면 그 사람의 오늘이 보이는데
뒤에 서면 마치 그 사람이 짊어진 삶이 보이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난 항상 그 삶이 무거워보여 뒷모습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는데
오늘 은행잎의 뒷모습과 그 속풍경은 보기에 좋아서
한참 들여다 보았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7월 4일 우리집 마당에서

6 thoughts on “앞과 뒤

  1. 앞에서 비지땀 흘려 뒤에서 빛을 본 은행잎이네요.
    세상사가 다 이렇게 순리대로 되면 참 좋을텐데 말예요~
    전 개인적으로 느낌 있는 뒷모습 좋아해요.
    때론 뒷모습은 그 사람이 말하지 않는 것까지 보여주는 듯도 하구요.

    ps, 동원님, 생일 축하드려요, 무척이나.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고, 좋은 글도 많이 적으시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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