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들이 농구를 하고 있습니다.
퉁퉁퉁 바닥을 서너 번 튀기다가
재빨리 공을 몰아 골대 밑으로 파고듭니다.
아니면 멀리 외곽에서 길게 볼을 던지기도 합니다.
슛, 성공입니다. 벌써 다섯 번째 골이 들어갔습니다.
팀은 두 팀인데 골대는 하나 입니다.
골대 하나를 두고 번갈아가며
공격팀이 되었다 수비팀이 되었다 하며 농구를 합니다.
잘 살펴보면 공격팀이 슛을 성공시킬 때마다
농구 골대가 알을 낳습니다.
골대의 그물망 속으로 농구공이 들어가는 순간
공은 잠시 그물망 속에서 멈칫합니다.
열 달은 못되지만 농구 골대도 잠시 잉태의 순간을 갖습니다.
그리고 그물망이 불룩해집니다.
그리고는 알을 쑥 뽑아냅니다.
그물망이 다시 헐렁해 집니다.
알은 때로 잠시의 멈칫 거림도 없이 순식간에 나오기도 합니다.
오늘도 농구 골대는 밤늦은 시간에 많은 알을 낳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농구를 하러오면
농구 골대는 날아온 농구공을 꿀꺽 삼킨 뒤,
곧바로 알을 낳습니다.
알을 낳을 때마다 사람들이 환호하고 즐거워합니다.
—
한강 둔치의 롤러 블레이드장에서
사람들이 롤러 브레이드를 탑니다.
곁을 지나쳤는가 싶으면
벌써 운동장의 저편으로 아득하게 사라집니다.
혼자서 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셋이서 줄을 지어 타기도 합니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날렵하게 달려가고 있는 빠른 속도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사람들이 앞으로 미끄러져 나갈 때마다
바람을 좌우로 가르고 있습니다.
뻣뻣이 선 자세로 뒤뚱뒤뚱 거리는 불안불안한 사람들에선
바람이 출렁출렁 일렁이며 자꾸 그 앞을 가로막습니다.
그러나 상체를 숙이고 날렵하게 앞으로 밀고 나가는 선수 앞에선
바람이 좌우로 대칭을 이루며 매끄럽게 갈라집니다.
바람이 앞을 막고 서 있으면 답답한데
그 바람을 좌우로 갈라놓으면 그때부터 느낌이 아주 시원해 집니다.
그건 바람이 불 때의 시원함과는 또다른 시원함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아마도 홍해의 기적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느낌이 아닐까 싶습니다.
롤러 블레이드를 타고 씽씽 달릴 때,
꼼짝하지 않고 자리에 버티고 앉아 후덥지근하게 숨을 막던 바람이
시원하게 좌우로 갈라지면서 끊임없이 길이 뚫립니다.
오늘도 사람들이 바람의 바다에 길을 숭숭숭 냈습니다.
6 thoughts on “농구와 롤러 블레이드”
한강에 가본지가 언제인지..한강도 그립고 여의도 광장도 그립네요.
친구네집이 광장 아파트여서 놀러갈때마다 여의도 광장의 수많은
사람들이 걷기도하고 자전거도 자유롭게 타는 모습들을 재미나게 구경했었어요.
전 자전거를 못타니까 친구뒤에 타고.ㅋㅋ
요즘은 더 구경할게 많을텐데.^^
서울은 지겹기는 하지만 하루 24시간 내내 놀 수 있는 곳이기도 한 거 같아요. 밤 12시에도 한강을 자전거 타고 달릴 수 있고… 동대문에서 쇼핑하고… 홍대 입구에선 밤새서 술을 마시고… 서울에선 너무 사는게 지겨워서 그렇게라도 해야 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헷, 알을 낳은 골대~ 슛!
바람의 바다에 길을 내는 롤러브레이드~
아래 사진에 휙 지나가는 사람을 물체는 휘리릭하고,
사람만 나오게하려면
카메라도 동시에 움직이신 거 맞죠?
저 멀리서부터 초점을 맞추고 계속 함께 움직여가면서 한 열 장 정도 찍죠.
그래도 롤러 블레이드라 쫓가가기가 쉬운데 비행기나 갈매기 쫓아갈 때는 완전히 총알피하는 매트릭스 연출하게 된다니까요.
나는 밤에도 저렇게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남자 아이들이 부럽더라.
나는 무서워서 밤에 잘 나가지도 못했는데…
저런 공원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
난 시골살 때 불도 없는 밤에도 나돌아 다녀서 그런지 서울은 밤 12시에 나가도 대낮같은 곳처럼 느껴지곤 해. 시골의 밤은 너무 어두워 무섭게 느껴지곤 하지만 사실 그 밤에 가장 무서운게 사람이 아닌가 싶어. 그런데 시골의 밤에 사람은 없으니까 전혀 무서운게 없었던 거 같기도 싶고…